외국인 순매도 최고치 ‘탄핵 가결’ 효과 없었다

이달 16일 5000억원 팔아치워
원화약세에 ‘셀코리아’ 가속화


국내 증시에서 지난 16일 외국인들이 순매도세 5000억원에 이르며 이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해 정치적 악재가 해소됐음에도 경제 펀더멘털 충격을 단기간에 회복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5.49(0.22%) 하락한 2488.97로 장을 마쳤다. 윤 대통령 탄핵 가결 이후 처음 문을 연 국내 증시는 장 초반 2515.62까지 탄력을 받았지만 2500선을 넘기지 못하고 고꾸라졌다.

외인 순매도는 4764억원을 기록하며 지난 4일 계엄령 선포 직후(4080억원) 거래일보다 강한 매도세를 보였다. 매도 상위 종목은 ▷삼성전자 ▷유한양행 ▷기아 ▷현대차 ▷카카오 등 자동차 및 내수 관련으로 나타났다.

투자 업계는 탄핵 가결 전인 계엄 정국 기간 예상보다 외국인 자금 이탈이 제한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정치적 리스크보다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 원/달러 환율이 한국 시장에 대한 매력도를 낮췄다는 지적이다. 탄핵안 가결로 정국은 안정됐으나 내수 시장이 위축되면서 ‘계엄 충격파’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뜻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연구원은 “정치적 리스크는 해소됐지만 탄핵 국면으로 경제 펀더멘털이 흔들렸다”며 “경기 선행 지수들 하향 조정되고 원/달러 환율도 치솟고 있기 때문에 외인들 입장에서는 한국 시장의 투자 매력도가 떨어졌다”라고 말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계엄 직후 코스피는 2400까지 하락하고 곧바로 반등했는데 오히려 당시에는 매도세가 강하지 않았다”라며 “계엄 당시 코스피의 PBR은 금융위기 때보다 낮은 0.83배까지 떨어진 것을 고려하면 외인 매도세가 큰 흐름은 아니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동차, 금융 관련 종목의 매도세가 강한 분위기”라며 “경기 둔화와 내수 위축에 민감한 종목에 대한 자금 이탈이 가속화됐다”라고 했다.

투자 업계는 이러한 흐름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이후 조기 대선을 앞두고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단기간 탄핵이 인용될 것이라 전망되는 최소 5월부터 최장 기간인 8월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다. 탄핵으로 위축된 경기 침체를 해소하기 위해서 차기 정부가 추경 및 경기부양책을 공약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 연구원은 “탄핵이 인용되고 여당이나 야당에서는 조기 대선 공약으로 경기부양책을 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 이후에야 시장 분위기가 풀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인 투자 심리를 돌리기 위해서는 원/달러 환율 상승세를 잡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7~18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매파적 행보에 점쳐지면서 강달러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아울러 중국 경제지표가 악화하면서 경제 침체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탄핵안이 가결됐음에도 외인 순매도세가 강해진 가장 큰 원인은 환율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며 “지금 정부가 가장 시급하게 들여다봐야 할 부분은 원/달러 환율”이라고 지적했다. 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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