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중국기업들 “동남아에 공장 짓고 유럽으로 눈돌리기”

지난 15일 중국 동부 산둥성 자오좡에 있는 공장에서 직원이 고급 실 생산 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중국 기업들이 내달 출범하는 ‘트럼프 2기’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은 17일 중국 기업들이 유럽이나 내수 시장 비중을 확대하거나 동남아시아에 공장을 짓는 등의 방식으로 2차 미중 무역전쟁에 대비하고 있다고 기업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중국에 6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고 지난달 25일에는 마약 유입, 불법 이민 문제를 이유로 중국을 비롯해 멕시코와 캐나다에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힌 상태다.

중국 의류 액세서리 제조업체 수퍼브인터내셔널은 전체 수출의 30∼35%에 이르는 미국 시장 타격을 대비해 유럽 시장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업체 측은 벌써 미국 고객사들이 불확실성을 이유로 주문량을 절반으로 줄여 타격을 받고 있다면서 “미국 고객사들이 이런 환경에서 가혹하며 너무 많은 변수가 있다. 그런 만큼 유럽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금속 주물업체인 다왕금속은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을 미국에 판매해왔지만, 관세 인상 우려로 내수를 비롯한 대체 시장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이익이 더 많은 만큼 우리는 주로 수출하고 있다”면서도 “해외 상황이 좋지 않으면 중국 소비자들에게로 다시 초점을 맞출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공약은 기업들의 대미 투자를 늘리기 위한 것이지만 중국산 원자재 등이 필요한 만큼 공장을 옮길 계획이 없으며, 오히려 중국산 원자재에 의존하는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게 이 업체 판단이다.

다만 중국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이 치열한 만큼 이윤 저하를 감수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에 대비해 해외에 공장을 짓는 기업도 있다.

한 스포츠용품 제조업체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베트남 공장 건설 계획을 수립했고 내년 완공을 앞두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이 공장에서 유럽·미국 수출용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라면서 “우리는 관세에 맞서 싸울 수단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프랑스·독일·이탈리아·네덜란드 같은 모든 유럽 주요국에 향후 극우 세력이 있을 것”이라면서 이에 따라 보호무역 조치가 시행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최악을 대비하면서 최선책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이들 중국 기업 관계자들이 트럼프 당선인의 무역정책 변화에 따른 취약성을 인정하고 있다면서, 내년 1월 취임을 앞두고 벌써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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