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에 가용 재원 총동원”
“경제활력 위해 신속 집행”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17일 “오늘 국무회의 심의를 통해 확정되는 내년도 예산안이 새해 첫날부터 즉시 집행될 수 있도록 재정 당국은 예산 배정을 신속히 마무리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탄핵 정국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내년 예산의 75%를 상반기에 배정하기로 했다. 연초부터 예산을 신속하게 집행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취지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25년도 예산배정계획’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통령 대행 업무 시작 후 첫 정례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정부는 무엇보다 민생 경제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재정 당국에 “가용 재원을 내년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집행하라”고 지시했다. 한 대행은 “우리 경제가 큰 틀에서 안정화되고 있지만, 골목 상권,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내년 기금을 제외한 세출예산(일반·특별회계 예산)은 574조8000억원이다. 이 중 431조1000억원이 상반기에 배정됐다. 배정률은 지난 2023년 예산 이후 3년 연속으로 75%지만, 규모 자체는 내년이 가장 크다.
전체 예산 증가세에 맞춰 상반기 배정 예산 규모는 2020년 305조원(배정률 71.4%)에서 2021년 333조1000억원(72.4%), 2022년 363조5000억원(73.0%), 2023년 400조5000억원(75.0%), 2024년 412조5000억원(75.0%) 등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예산배정은 부처별로 예산사용 권리를 부여하는 것으로, 예산이 배정돼야만 계약 등을 맺을 수 있다. 각 부처의 사업담당부서는 기재부 국고국으로부터 자금계획 범위 내에서 자금을 받아 실제 사업에 투입하게 된다.
정부가 내년 상반기에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을 배정한 것은 가뜩이나 소비 침체와 내수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해지며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현실화한 리더십 공백은 향후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를 더 키우고 있다.
기재부는 “상반기에 예산을 집중 배정해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예산의 신속집행을 뒷받침할 것”이라며 “서민 생계부담 완화·취약계층 지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과 소상공인 맞춤형지원·첨단산업 육성 등 경제활력 확산을 위해 조속한 집행이 필요한 소요에 대한 조기 배정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정된 예산은 자금배정 절차 등을 거쳐 연초부터 적기에 집행이 이뤄지도록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배문숙·양영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