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으로 끌어올린 주가…정국 혼란에 흔들”
은행권·정부, 대외신인도 관리에 外人 소통 강화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형태로 뉴욕증시에도 거래되고 있는 국내 금융지주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에도 반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챗GPT를 이용해 제작함] |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 증시에서도 국내 금융주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 정치 리스크가 경제 정책·실물 시장에 전이될 수 있다는 경계감이 아직 큰 것 같다. (한 시중은행 소속 연구원)”
미국 뉴욕 증시는 역대 최대 자금 유입으로 산타랠리(강세장)를 누리고 있지만, 이곳에 진출한 국내 금융지주들은 탄핵소추한 표결 이후에도 여전히 약세를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탄핵 정국에 고환율까지 겹치면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동력이 약해지는 게 아니냐는 경계감이 여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정부와 은행권은 대외신인도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외국인 투자자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18일 금융정보업체 코스콤·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을 통해 미국 증시에 상장된 한국 기업 10개 종목을 대상으로 계엄 사태 이후(현지시간 3~17일) 주가 등락률을 살핀 결과, 이 기간 KB금융지주 미국 주식예탁증서(ADR)가 15.2% 내리면서 낙폭이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5일 10.4% 급락한 뒤 소폭 반등했으나 지난 13일(-2.35%)부터 3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지난달 말 70달러를 웃돌던 주가는 현재 58.32달러로 내려온 상태다.
ADR은 미국 은행이 국내 기업으로부터 예탁 받은 증권을 담보로 또 다른 주식을 발행한 것으로, 일종의 ‘우회 상장’으로 통한다. 국내 기업은 ▷포스코홀딩스 ▷한국전력 ▷SK텔레콤 ▷KT ▷KB금융 ▷신한지주 ▷우리금융지주 ▷LG디스플레이 ▷그라비티 등 9개 종목이 ADR 형식으로 상장했으며, 쿠팡만이 유일한 IPO 상장 기업이다. 계엄 사태 이후 해당 10곳의 평균 등락률은 -9.3%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비중이 높은 금융지주들이 받은 충격 여파는 이 보다 컸다.
이 기간 신한금융지주 ADR(-12.1%)과 우리금융지주 ADR(-10.9%) 모두 10% 넘게 떨어졌다. 두 곳 모두 탄핵 표결 이후에도 2거래일(16~17일) 연속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이와 달리, KT ADR은 지난 11~16일까지 4거래일 연속 오르면서 반등에 나서고 있다. 이 밖에도 ▷그라비티 ADR(-2.1%) ▷쿠팡(-5.4%) ▷LG디스플레이 ADR(-8.2%) 등 순으로 낙폭이 적었다. 국내증시에서도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 상위 10위권(4~17일)에 KB금융·신한지주·하나금융지주가 이름을 올렸다.
국내 금융주의 낙폭이 유독 큰 것은 계엄 사태 후폭풍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그간 금융주는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정책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대거 몰렸는데, 탄핵 정국에 정책 동력을 잃을 것이란 우려가 부각된 것”이라며 “여기에 내수 경기 둔화, 고환율 등 압박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각 금융지주들은 계엄령 선포·해제가 이뤄진 지난 4일부터 외국인 투자자에게 밸류업 정책 추진에 차질이 없다는 서한을 보내는 등 시장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한편, 월가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도 최근 금융지주사의 낙폭은 과도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WSJ이 집계한 KB금융지주 ADR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82.16달러다. 현재 주가(58.32달러) 대비 40.9%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본 셈이다. 매수 의견을 낸 애널리스트도 1개월 전 16명에서 현재 17명으로 늘어났다. 이 밖에도 우리금융지주 ADR과 신한지주 ADR도 각각 목표가 대비 32.4%, 49.2% 상승 여력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