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제출·증인 출석 의무, 韓 기업 경쟁력 약화 우려” 경제6단체, 국회 증언법 재검토 촉구

서류 제출 의무화에 영업비밀 보호 우려
기업인 출석 의무화엔 “촌각 다투는 글로벌 경영 부합 안해”
재의요구 통한 재검토 호소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 초청 경제단체 비상간담회에서 손경식(왼쪽부터)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우원식 국회의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대한상공회의소를 비롯한 경제6단체가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이하 국회증감법) 개정안에 대해 재검토를 요청했다. 기업의 핵심 기술 유출, 기업인 소환과 출석 의무화, 국내 투자 외국기업들의 사업 철수 가능성 증가 등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호소했다.

경제6단체는 17일 공동 성명을 내고 “최근 국회증감법이 충분한 논의 없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기업들이 본연의 경제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이 법안을 재의요구를 통해 다시 한번 신중하게 검토해 달라”고 호소했다.

국회증감법 개정안은 개인정보 보호와 영업비밀 보호를 이유로 서류 제출과 증인 출석을 거부할 수 없고, 해외 출장과 질병 시에도 화상 연결 등을 통해 국회에 원격 출석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해 지난달 28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경제6단체는 성명에서 “이 법안은 기업의 경영활동과 국가 경쟁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국회 요구 자료 의무 제출은) 기업의 기밀 및 중요 핵심기술이 유출될 위험이 있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핵심 경쟁력이 약화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 투자한 외국기업들도 영업비밀 유출을 우려해 한국에서의 사업 지속 여부를 고민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경제6단체는 “국회 소환에 따른 기업인 출석이 의무화되면 경영진이 본업에 집중하지 못해 정상적인 사업 운영에 상당한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며 “특히 해외 출장 중인 기업인에게도 화상 출석을 강제하는 것은 촌각을 다투는 기업의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업 영업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며 “헌법이 규정한 ‘과잉금지 원칙’과 ‘사생활 침해 금지 원칙’, 그리고 개인정보보호법이 정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요 경쟁국들이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미래 첨단산업에 대한 국가대항전이 벌어지고 있고, 대내외 기업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도 가중되는 상황에서 기업 경쟁력 재고를 위한 재검토를 촉구한다는 설명이다.

이번 성명에는 대한상의를 포함해 한국경제인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참여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국회증감법 개정안을 두고 기업 활동을 방해하는 ‘악법’이라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재의요구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기업인들을 아무 때나 국회에 불러 세우고 영업비밀과 개인정보 자료까지 무작위로 제출하도록 하는 입법 횡포”라며 “권한대행이 재의요구권을 반드시 행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업의 무분별한 자료 제출·출석 거부를 막겠다는 취지로 법안을 낸 민주당에선 기업들의 이 같은 우려를 고려해보겠다는 기류가 형성됐다.

이재명 대표는 전날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국회증감법 개정안에 대한 김 회장의 우려에 “검토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기업들의 그런 의견이 있으니 앞으로 잘 살펴보겠다는 것”이라며 “기밀 유출 우려 등의 사정이 있다면 국회에 이를 잘 소명해 운용의 묘를 살려가는 방법도 얼마든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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