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차례 때리고 목 졸라
아들 만류, 피해자 애원도 뿌리쳐
지난해 12월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대형 로펌 미국 변호사 A씨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별거 중이던 아내의 머리를 쇠파이프로 내리치고 결국에는 목을 졸라 살해한 대형 로펌의 미국변호사 A씨가 항소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어린 아들이 있는 집 안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소리를 듣고 뛰쳐나온 아들의 만류에도 멈추지 않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1-1부(부장 박재우·김영훈·박영주)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변호사 A씨(51)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한 원심이 정당하다고 보고 항소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비명, 만류, 사과와 아들의 만류에도 응하지 않았다. 공격행위를 마친 후 약 50분 동안 피범벅이 된 피해자를 방치해 결국 사망하게 했다”며 “쇠파이프와 주먹을 사용한 과격한 행위 등을 보면 강력하고도 지대한 살해 범의가 발현 및 실현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범행을 중단하고 보호조치를 취해 피해자를 살릴 여러 기회가 있었는데도 집요하게 범행으로 나아갔다. 여전히 피해자의 부모에 대해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았고 유가족과 동료, 지인들도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별거 중이던 아내가 집에 찾아오자 쇠파이프로 수차례 가격하고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는 A씨와 별거하며 딸과 함께 지내고 있었고 딸의 옷을 가지러 왔다가 봉변을 당했다. A씨는 아내가 먼저 자신과 고양이를 공격해 목을 눌러 제압했을 뿐, 살해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 막바지에 제출된 사건 현장 녹음 파일에는 이같은 내용이 담겨있지 않았다.
A씨의 범행은 어린 아들이 있는 집 안에서 벌어졌다. A씨가 아내를 쇠파이프로 수차례 가격한 뒤 약 3분간 멈췄을 때는 아들이 방에서 나와 만류하기도 했다.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아들은 A씨를 향해 “그러다 감옥가요(You could go to jail)”라며 만류했다. 피해자 또한 아들을 향해 경찰을 불러달라고 수차례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A씨는 아들에게 방으로 들어가라고 명령한 뒤 폭행을 이어갔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중단했다면 사망하는 결과가 초래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며 “아들로 하여금 자신의 어머니가 죽어가며 고통스럽게 절규하는 모습을 듣게 만든 것인바 범행 현장이 참혹하다”고 했다.
A씨는 범행 후 20분 이상 피해자를 방치했다. 아들에게는 ‘피해자가 고양이를 해치려서 막다가 때렸다’고 변명했다. 이후 5선 국회의원인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1심 재판부는 “적절한 구호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피해자를 방치해 살아날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까지 막았다”며 “유일한 목격자가 되는 아들에게 유리한 사정을 인식시키려고 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