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선박도 돈 안 돼” 量과 質 사이…K조선 딜레마

LNG선 용선료 추락에 K조선 수익성 불가피
기술력 뒤쫓는 중국에 선별수주 전략도 타격
트럼프 효과도 기대 엇갈려 “전략 개편해야”


[챗GPT 제작 이미지]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우리 조선업이 국내 산업 중 내년 사업 전망이 가장 밝을 정도로 10여년 만의 호황을 맞고 있다. 조선사들이 호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고부가 선박 수주에서 다른 나라에 앞선 안정 흐름을 보이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으로 ‘미국 특수’까지 기대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조선업체들의 양(量)보다 질(質)에 우선한 선별 수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한국 수주 비율이 올해 8년 만에 최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점은 다소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아울러 최근 LNG선 용선료가 4만달러대로 떨어진 것도 수익성 저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고부가 선박 중심 전략의 수정이 일정 부분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LNG선 용선료 2년 만에 5분의 1 토막


17만4000입망미터급 1년 계약 기준 LNG선 일일 임대료. [자료=클락슨리서치]


18일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이달 기준 17만4000입방미터급 액화천연가스(LNG)선박 용선료는 하루당 4만600달러(약5839만원)로, 2년 전인 2022년 12월 23만3000달러(3억3510만원) 대비 5분의 1 이상 떨어졌다. 반기별로 보면 ▷2023년 6월 16만1000달러 ▷2023년 12월 10만1500달러에서, ▷2024년 6월 8만3500달러로 하락세가 계속됐다. 해운사가 배를 빌릴 때 지불하는 비용인 용선료는 조선사 수익과 연결된다.

용선료가 낮아지면 배를 임대하는 해운사 수익도 줄어든다, 이에 신규 선박을 발주하는 가격, 즉 신조선가도 줄어들면서 연쇄적으로 조선사의 수익이 악화되는 구조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며 세계에선 LNG선 확보 경쟁이 일었다. 당시 LNG 수요가 폭증하며 덩달아 LNG선 용선료도 올랐지만, 올해 들어선 2022년 이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5년 사이 LNG선 용선료가 4만 달러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NG선은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 가치 선박으로 꼽힌다. 그런데 정작 LNG선 용선료가 떨어지며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상황인 것이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수석연구원은 “현재 LNG선 용선료는 손익분기점 밑으로 떨어진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업계에선 손익분기점 기준을 통상 5~6만 달러로 본다.

국내 대표 조선사들은 친환경 선박 의존도가 크다. 일례로 국내 조선 3사로 꼽히는 HD현대는 올해 현재까지 총 선박 181척을 수주했는데, 이중 68.5%(124척)이 LNG선 등 친환경 선박이다.

K조선 글로벌 점유율 10%대…7년새 절반



글로벌 선박 시장에서 한국 점유율 역시 떨어지고 있다. 클락슨에 따르면 2018년까지만 해도 한국 점유율은 37.5%에 달했다. 당시 한국은 글로벌 발주량 3610만CGT(표준선 환산톤수) 중 1353만CGT를 수주했다. 그러나 지금은 절반 밑으로 떨어졌다. 올해 11월까지 점유율을 보면 글로벌 발주량 6033만CGT 중 18.1%(1092만CGT)를 수주하는 데 그쳤다. 연도별로 보면 ▷2019년 30.9% ▷2020년 32.9% ▷2021년 32.5% ▷2022년 31.7% ▷2023년 20.6%로 하락세가 가파르다.

다만 조선사들은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로 ‘선별수주’를 하고 있어 점유율 하락은 크게 문제 되지 않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국이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서 더 이상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발 ‘저가 공세’가 친환경 선박으로도 최근 침투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 연구원은 “중국 선박 물량이 너무 많이 나오고 있어, 한국 입장에선 노후선 교체나 장기 운송 프로젝트 외에 내년에 새로운 수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김명현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대한조선학회장)도 “중국이 최근에 LNG선박도 짓기 시작해, 한국도 기술개발에 서둘러 우위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고부가 가치 위주 수주 전략 개편 불가피”


그리고 일각에선 출범을 앞둔 트럼프 정부가 한국 조선업에 우호적일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실제 효과는 장담하기 어려울 거란 관측도 동시에 나온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국 조선업은 한국의 도움과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중 해양 패권 다툼이 매년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조선업이 사실상 쇠퇴한 미국이 한국 기술력을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교수는 “미국 해군함정 대다수가 수십년째 수리보수도 못 받은 상황인데, 미국 조선소는 생산성 경쟁력이 없어 유지보수도 불가능한 현실”이라며 “해군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서 미국은 한국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내다봤다.

조선 업계 다른 관계자 역시 “트럼프 정권 교체가 호재는 맞지만 한국 조선업과의 협력은 사실 바이든 정부 때부터 나온 이야기라, 대단히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라며 “이전 대통령의 정책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고부가가치 선박에 의존해온 국내 조선 업계에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 연구원은 “고부가가치 선박에만 의존해서는 더 이상 우리나라가 입지를 유지하기 어렵다”며 “단기 외국인 인력에 편중된 조선업에 국내 숙련공을 늘리고, 범용선 시장 등으로 영역도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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