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후 전국 공사비 43%올라
원자잿값 안정에도 공기·인건비↑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모습 [연합] |
고환율 및 건설 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정비사업 공사비가 1000만원에 육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건설 원자재 가격은 안정화되고 있지만 강달러 지속과 인건비 등 비용들이 여전히 높아 내년에도 공사비 안정화는 요원할 전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서초구의 신반포4차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 조합(이하 조합)은 3.3㎡ 당 공사비를 950만원으로 책정해 시공사 입찰공고를 냈다. 인근 신반포2차 아파트 조합이 지난 9월 정한 공사비와 동일한 금액으로 세금을 포함하면 1000만원대에 달한다. 서울 강남 지역으로 시작된 공사비 상승은 용산, 여의도 등 향후 입찰을 앞둔 조합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평당 공사비는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거치며 고공행진했다. 주거환경연구원에 따르면 3.3㎡ 당 전국 평균 정비사업 공사비는 2020년 480만3000원에서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 기준 687만5000원까지 43% 올랐다. 특히 지난해 기준 평균 공사비가 755만원에 달했던 서울의 경우 이제 800만원 후반대는 물론 900만원 중반대의 가격까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가격 상승 배경으로 손꼽혔던 원자재 가격은 안정화되고 있지만 업계는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17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CFR동북아 기준 t(톤)당 유연탄 가격은 지난 13일 기준 109.83달러로 1년 전(약119달러) 대비 8% 가까이 하락하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유연탄은 시멘트의 제조원가의 3분의1 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원자재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2022년 3월 343.73달러까지 급등했던 유연탄 가격은 점차 안정되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전이었던 2019년 12월 대비(70달러 초반) 여전히 30% 넘게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 시기 2021년 5월 1t당 226.46달러까지 치솟았던 철광석 가격도 지난 13일 기준 106.36으로 1년 전(약136달러) 대비 약28% 하락했다.
일반적으로 건설업 공사비에서 자재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30~50%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주요 원자재 수급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지난해 4월의 경우 공사현장의 절반 이상이 공사 중단이나 지체를 겪었다. 다만 이후 시장 변화와 건설 수요 위축으로 자재값이 안정화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기준 전국자재수급지수는 지난달과 동일한 93.8로 전망됐다.
업계에는 물류비용 및 인건비를 비롯한 각종 간접비용 상승과 환율 여파가 존재한다는 입장이다. A건설사 관계자는 “주52시간제로 야간작업이 제한되는데 대기시간에 지급해야 하는 ‘체류비(현장 용어)’ 부담도 늘어난 상황”이라며 “특히 인부들이 많이 부족해 해외 인력 수급을 늘렸는데 중국인 현장 팀장이 중국인 근로자들을 꾸려서 통솔하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B건설사 관계자는 “인건비 상승, 폭염·폭설 등 계절적 불확실성도 증가로 원가가 높아졌다”면서 “공사 기간이 전반적으로 길어졌고 여전히 부담스러운 금리로 사업비가 오른 복합적인 배경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아파트 건설의 공사기간이 전반적으로 길어지고 있다. 부동산R이 연초 올해 입주(예정) 전국 아파트를 대상으로 공사기간(분양~입주까지)을 조사한 결과, 최근 4년의 평균(25개월) 대비 4개월 더 걸리는 약29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기 연장은 부실공사, 미분양 등도 영향을 주지만 공사비와 건설업계 갈등 등의 영향을 받는다.
높아지는 평당 공사비는 분양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서울 민간아파트 분양가는 11월 말 기준 3.3㎡당 4720만7000원으로 1년 사이 38%가 급등했다. 수도권과 전국민간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격 또한 각각 전년 대비 20.43% 오른 2906만1000원, 11.36% 오른 1907만8000원에 달했다.
전문가는 공사비 상향 평준화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커피가 원두 작황 상황 등에 영향을 받아 가격이 달라지듯 물가·환율과 연동된 원자재 가격을 정부가 통제할 수는 없다”면서 “인위적으로 올리지 못하게 하거나 자재 공급을 늘려야 하는데 현 시점에서는 둘다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희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