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투자자산 10% 환헤지 시 485.5억 달러 추가
국민연금 결정 따라 외환스와프 증액 속도전
국민연금이 오는 19일 기금운용위원회에서 환헤지 비율 10% 단행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 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로 치솟으면서 국민연금이 달러 매도를 통해 환율 안정에 적극 나서는 방안을 검토한다. 이를위해 국민연금은 기존 해외투자자산의 10%까지 늘려 둔 전략적 환헤지를 실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최종 결정 시 전략적 환헤지를 통해 추가로 가능한 환헤지 규모는 약 50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막대한 자금의 달러가 시장에 나오면서 2년여 만에 최고치를 찍은 고환율을 잠재우는 효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18일 외환당국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오는 19일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전략적 환헤지 실행 전략을 논의한다. 전략적 환헤지는 해외 투자자산의 10%를 환헤지하는 적극적 운용 전략을 말한다. 2022년 국민연금이 해외투자 환헤지 비율을 시장 상황에 따라 최대 10%로 상향하기로 결정했지만 실제 실행된 적은 없다. 현재는 전술적 환헤지 방식으로 환헤지 비율이 5% 이내로만 잡혀 있다.
국민연금이 전략적 환헤지 실행을 논의하는 것은 최근 원달러 환율이 정국불안으로 과도하게 상승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8일 원/달러 환율은 0.1원 오른 1439.0원으로 개장하며 1440원에 육박하는 흐름을 이어갔다.
국민연금의 환헤지 방식은 선물환에서 매도 포지션을 잡거나 실제로 달러를 파는 등의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일반적으로 국민연금이 전략적 환헤지를 결정하는 이유는 연금의 투자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지만, 더 주목되는 부분은 환헤지 결과에 따라 시장에 달러가 풀리면서 환율 하락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자산은 4855억달러 가량으로 추산된다. 전술적 환헤지를 최대 비율(5%)로 설정하면 총 242억8000만달러의 환헤지가 가능하다. 여기에 전략적 환헤지(10%)를 실행하게 되면 추가로 485억5000만달러의 환헤지를 할 수 있다. 현재 100억달러 초중반 수준에서 환헤지를 하고 있단 점을 감안하면 600억 달러 이상의 매도 압력이다.
국민연금이 19일 전략적 환헤지 실행을 결정하면 외환당국과의 외환스와프 규모도 가닥이 잡힐 공산이 크다. 지난 6월 외환당국은 외환스와프 거래규모를 350억달러에서 500억달러로 확대했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실행된 외환스와프 규모는 한도에 크게 못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까지만 해도 100억달러선에 불과했다.
반면 국민연금이 전략적 환헤지까지 실행하게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총 730억달러 가량을 환헤지할 수 있기 때문에 200~300억달러 가량은 외환스와프 규모를 늘려야 할 필요가 생긴다. 현재 외환스와프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외환당국은 국민연금이 환헤지 실행을 결론 내는대로 논의에 빠르게 착수할 예정이다.
연구기관들은 탄력적인 환헤지와 외환스와프가 적절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비상계엄 이후 우리나라 경제 상황과 전망, 대응책’ 보고서에서 “(고환율은) 내외국인의 과도한 불안 심리에 따른 외환시장 불안, 국내경제에 대한 우려에 기반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안정화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미시적으로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규모 확대, 연기금의 탄력적 환헤지 비율 유도 등을 통해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수요를 억제하고 공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