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더 어렵다” 위기감…비용절감·효율화 집중
롯데월드타워 전경. [롯데지주 제공] |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내수 부진과 정치 리스크로 그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맞은 유통업계가 위기 극복을 위해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내년 경기 침체의 골이 더 깊어질 수 있는 만큼, 조직 슬림화와 비용 절감을 통해 위기 상황에 대응하도록 체질을 개선하려는 전략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플랫폼인 롯데온은 6월 첫 희망퇴직을 실시한 데 이어 6개월 만에 2차 희망퇴직을 받았다. 근속 3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했던 1차 희망퇴직보다 대상자를 확대했다. 근속 2년 이상(2022년 12월 13일 이전 입사자)이다. 신청 기간은 내년 1월 6일까지다.
롯데온은 2020년 출범 후 매년 약 1000억원의 손실을 내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적자 폭이 줄어들긴 했지만, 3분기까지 615억원 영업손실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적자의 늪에서 탈출해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강도 높은 효율화 작업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3월에 창립 후 첫 희망퇴직을 단행했던 이마트도 2차 희망퇴직에 돌입했다. 대상자는 밴드1(수석부장)∼밴드3(과장) 인력 중 근속 15년 이상, 밴드4(대리)∼밴드5(사원) 인력 중 근속 10년 이상이다. 신청 기간은 이달 23일까지다.
이마트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12조71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늘었다. 영업이익 역시 1950억원으로 31.1% 증가하는 등 회복세다. 여기에 희망퇴직을 통한 비용 감축으로 실적 개선에 가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LG생활건강은 지난달 자회사 코카콜라음료의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2007년 인수 이후 첫 희망퇴직이었다. 1971년생 이상 영업·물류직 고연령 직원을 대상으로 해 인사 적체를 해소한다는 방안이다. 주요 판매채널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만큼 조직과 인사를 효율화하는 취지도 있었다.
앞서 롯데면세점(8월), 세븐일레븐(10월), 롯데호텔앤리조트(11월) 등 다른 롯데 계열사와 11번가(3월), SSG닷컴(7월), G마켓(9월) 등 이커머스 플랫폼,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10월)도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11번가의 경우 지난해 12월에 이어 2차례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연말을 앞두고 유통업계에 구조조정 바람이 거센 것은 지속적인 내수 침체와 소비심리 악화, 정치적 불확실성 등 산적한 악재의 영향이 컸다. 미리 군살을 빼놓지 않으면 전망이 더 어두운 내년을 버티기 어렵다는 절박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인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가계 채무부담 확대, 고금리 기조 장기화,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민간소비 회복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딜 것”이라며 “낮은 판매 성장률, 국내외 이커머스 플랫폼과의 경쟁 심화 등으로 국내 오프라인 소매유통 기업의 영업 수익성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력 감축뿐만 아니라 유휴자산을 내다 팔거나 오프라인 점포를 통폐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신용평가는 내년 소매유통업 전망 보고서에서 “업태 전반의 성장 여력이 제한적인 가운데, 수익성 확보에 있어 비용 절감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사업부 통합, 구매조직 단일화 등 영업 효율화, 비효율 자산 매각 등을 통한 대응 전략이 중요해졌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