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플레이스가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앞세워 현대 비즈니스 환경을 지배하고 있다. 에어비앤비, 알리바바, 아마존, 쿠팡, 메르카도 리브레, 네이버 쇼핑, 핀둬둬, 유튜브 등이 그 예다. 마켓플레이스의 한쪽(가령 구매자)에서 사용자가 늘어나면, 다른 쪽(가령 판매자)에게도 매력도가 폭발적으로 상승한다. 이런 상호 강화 사이클로 기업가와 투자자 모두에게 마켓플레이스의 매력도가 상승한다. 다시 말해 너도나도 제2의 에어비앤비, 우버 혹은 트위치를 구축하거나 그들에 투자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마켓플레이스를 탄탄하고 성공적으로 구축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마켓플레이스를 구축하려다 실패하거나 소소한 가치를 창출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주된 이유는 모든 마켓플레이스가 거대한 성장 잠재력을 품고 있거나 견고한 시장 지위를 다지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마켓플레이스의 전망을 파악하려면 네트워크 효과의 근본적 요인, 즉 판매자 간의 차별화, 판매자와 구매자층의 분산화 정도, 상품 발견(discovery) 및 거래 서비스의 부가 가치, 전환 비용 등을 더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이번 칼럼에서는 20년 이상의 마켓플레이스 연구와 50개 이상의 마켓플레이스 스타트업 엔젤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이런 요인들을 상세히 짚어보고자 한다.
잠재적 네트워크 효과가 얼마나 강한가?
마켓플레이스가 성공하려면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다. 이 효과는 구매자든 판매자든 참여자가 늘어나면서 플랫폼의 전반적 가치가 상승할 때 나타난다. 가령, 쿠팡에 제품을 등록하는 제3자 판매자가 늘어나면, 구매자에게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플랫폼에 참여하는 구매자가 많아지면서 다시 더 많은 판매자를 유치하게 된다. 투자자와 기업가의 경우, 잠재적 네트워크 효과를 평가한다는 것은 단순히 시장 규모를 판단하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마켓플레이스가 판매자에게 얼마나 많은 추가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 큰 성공을 거두는 마켓플레이스는 판매자에게 막대한 금전적 기회를 제공한다. 예컨대 하와이에 거주하는 에어비앤비 호스트는 월평균 1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린다. 평균 시청자 수가 5000명인 트위치 스트리머의 경우 월 1만3000달러를 벌어들이며, 일부 최상위 스트리머는 월 20만 달러 이상을 거두기도 한다. 2023년, 전문 웹툰 창작자의 평균 수익은 4만8000달러였으며, 상위 100명의 평균 수익은 100만 달러에 달했다. 지금은 창작자의 잠재수익이 명확히 드러나지만, 웹툰 초창기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에어비앤비가 아직 초기 단계였을 때 호스트의 잠재 수익이 불분명했던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마켓플레이스의 장기적인 잠재 수익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현재 제공되는 서비스에 구매자가 얼마를 지출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적절하지 않다. 대신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기존에 활용되지 않았던 공급이 가능해진다면 구매자는 얼마를 지출할 가능성이 있는가’를 질문해야 한다.
마켓플레이스가 얼마나 세분화되어 있는가?
구매자와 판매자가 많은 마켓플레이스의 경우, 분산화가 이뤄져 매칭과 발견의 가치도 그만큼 커지므로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한다. 쿠팡이 좋은 사례다. 쿠팡은 수백만 명의 개별 소비자를 수만 명의 소규모 제3자 판매자와 연결해 준다. 반면, 소수의 대형 기업이 지배하는 집중화된 시장에서는 구매자와 판매자가 직접 연결되기가 훨씬 쉬워져 마켓플레이스의 필요성이 줄어든다. 그렇기 때문에 소수의 항공사가 몇몇 대형 제공업체와 거래하는 항공기 정비처럼 고도로 집중된 산업에서는 마켓플레이스가 유의미한 가치를 창출하기 힘들다.
판매자 혹은 판매자의 제품이 얼마나 차별화되어 있는가?
판매자 간의 차별화는 마켓플레이스의 방어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카카오T, 우버처럼 동질적인 상품을 제공하는 플랫폼은 판매자가 서로 대체 가능하기 때문에, 난관에 부딪친다. 경쟁업체가 시장에 진입해 더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제공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지는 탓이다. 반면 웹툰 콘텐츠 제공자는 고도로 차별화되어 있다. 각 웹툰 시리즈는 독창적이며, 가지각색의 취향을 가진 틈새 독자층을 겨냥한다. 웹툰 플랫폼은 아마추어와 전문 창작자 모두를 지원하고 ‘롱테일(long tail)’ 방식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해 폭넓은 독자층을 끌어들인다. 마찬가지로 에어비앤비 호스트는 아늑한 도심 아파트부터 외딴 지역의 오두막집까지 저마다 특색 있는 숙소를 제공한다. 이런 독특한 옵션은 구매자에게 높은 가치를 가지며, 에어비앤비의 경쟁력도 훨씬 강화한다. 웹툰이나 에어비앤비 같은 마켓플레이스는 판매자 간의 차별화가 네트워크 효과를 높인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마켓플레이스가 얼마의 가치를 더 창출할 수 있는가?
뛰어난 마켓플레이스는 발견(검색, 매칭 및 추천 알고리즘)을 활성화하고 거래의 용이성, 속도 및 신뢰성을 향상해 가치를 높인다. 쿠팡은 구매자가 새로운 판매자와 상품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할 뿐 아니라 물류 서비스를 통해서 상당한 가치를 올리고 있다. 쿠팡은 첨단 풀필먼트센터(fulfillment center)와 자체 배송 시스템을 통해 소비자가 온라인 쇼핑을 더 쉽고 빠르게 할 수 있게 만든다. 또한 제3자 판매자에게는 재고관리를 간소화하고 적시 배송을 보장하여 운영상의 문제들을 줄여준다. 웹툰 역시 창작자 툴과 분석 기능을 통해 발견을 훨씬 뛰어넘는 가치를 추가한다. 아티스트는 독자 참여도를 추적하고, 인기 있는 스토리가 무엇인지 파악하며 이를 바탕으로 작품을 수정할 수 있다. 이런 통찰력에 기반하여 창작자는 팬층과 수익을 확대할 수 있으며, 웹툰은 단순히 플랫폼에 머무르지 않고 창작자의 성공 파트너 역할을 한다. 반대로 마켓플레이스가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하는 것 외에 별다른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이용자가 기존 유통 경로를 탈피하는 탈중개 현상에 취약해진다. 예를 들어, 플랫폼이 거래를 간소화하지 않고 단순히 소개해 주는 데 그친다면, 사용자가 플랫폼 수수료를 피하고자 개별적으로 거래하며 이탈할 위험이 있다.
네트워크 효과가 지역적인가 세계적인가?
두말할 것 없이 세계적인(혹은 전국적인) 네트워크 효과를 가진 마켓플레이스가 지역적인 효과를 가진 마켓플레이스에 비해 더 가치 있고 방어력도 높다. 예컨대 차량 공유 마켓플레이스의 네트워크 효과는 지역적이다. 서울에 있는 카카오T 운전자는 서울 시내 승객에게서만 이득을 얻을 수 있고, 승객 역시 마찬가지다. 비슷하게 숨고의 네트워크 효과도 대체로 지역적이다. 숨고를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 대다수가 대면 형식이기 때문에 특정 구매자에게 적합한 공급자는 특정한 지리적 범위에 한정된다. 반면 글로벌 네트워크 효과는 위력이 훨씬 막강하다. 프랑스를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는 여행객이 많아질수록, 파리에 있는 호스트 입장에서도 에어비앤비의 가치가 올라간다. 반대로 브라질에서 온 여행객은 자신이 방문하고 싶은 모든 나라에서 에어비앤비의 호스트 수가 많아질수록 더 많은 가치를 누리게 된다. 웹툰 창작자 또한 자신의 위치와 관계없이 전 세계 독자를 만날 수 있다. 지역적 네트워크 효과와 세계적 네트워크 효과 사이에는 넓은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디지털 상품은 배송비가 들지 않는다. 오픈씨(OpenSea), 블러(Blur) 같은 NFT(대체불가능토큰) 마켓플레이스가 본질적으로 세계적인 네트워크 효과를 가진 이유다. 업워크(Upwork), 파이버(Fiverr) 등 디지털 서비스 마켓플레이스 역시 마찬가지다. 카카오T, 우버를 비롯한 대면 서비스는 승객이 다양한 도시에서 서비스를 이용하는 만큼 전국적인 네트워크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 물론 이런 효과도 국가 간에는 훨씬 약해진다. 그렇다면 여기서 던져야 할 중요한 질문은 ‘마켓플레이스가 새로운 지역(도시 혹은 국가)으로 확장할 때 네트워크 효과로 인한 장점을 축적할 수 있는가’이다. 에어비앤비, 알리바바, 웹툰 등 세계적 네트워크 효과를 누리는 마켓플레이스의 경우 답은 ‘매우 그렇다’가 될 것이다. 숨고 같은 마켓플레이스에서는 ‘있다고 해도 크지 않다’가 될 것이다. 차량 공유 혹은 음식 배달 플랫폼이라면, 새로운 도시로 확장할 때는 ‘다소 그렇다’, 새로운 국가로 확장할 때는 ‘별로 그렇지 않다’가 될 것이다.
플랫폼 전환이 얼마나 어려운가?
전환 비용이 높은 마켓플레이스, 가령 상당한 개인화가 필요하거나 누적된 평점에 의존하는 마켓플레이스는 교란이 더 어렵고 따라서 방어력도 더 높다. 가령, 에어비앤비 호스트에게는 리뷰가 무척 중요하다. 다시 말해 에어비앤비에서 훌륭한 평판을 가진 호스트라면 버보(Verbo)같은 경쟁 마켓플레이스로 이동할 가능성이 작다. 지금까지 쌓아온 평점과 고객 신뢰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웹툰 작가 역시 플랫폼에서 독자를 확보하는데 막대한 투자를 하므로 때문에 경쟁사로 옮겨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유인이 그만큼 적다. 반면 차량공유 앱처럼 전환 비용이 낮은 마켓플레이스는 끊임없이 가격 경쟁과 사용자 이탈에 시달린다. 여기서 핵심은 금전적 인센티브를 활용하지 않고도 전환 비용을 높일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카카오T나 우버는 플랫폼에서 운행을 더 많이 완료한 운전자에게 수익이 더 높은 콜을 잡을 수 있는 우선권을 부여하거나 다른 알고리즘 우대 혜택을 줌으로써 운전자들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
결론
지금까지 설명한 마켓플레이스의 성공 원칙, 즉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 분산화, 판매자 차별화, 상품 발견과 거래 향상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 세계적 확장성, 그리고 높은 전환 비용은 보편적으로 적용된다. 이 원칙은 스타트업은 물론이고 더 성숙 단계에 있는 마켓플레이스에도 적용된다. 그러나 문화적 배경과 시장 상황에 따라 적용하는 방법은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요소들이 고정불변하지 않다는 사실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이런 요소들은 디자인과 전략을 활용해 마켓플레이스에 유리하게 변형할 수 있다. 가령, 맞춤화를 유도하고 마켓플레이스 참여도가 빈번할수록 보상을 주는 기능을 고안하면 전환비용이나 동시에 여러 유통 채널을 활용하는 멀티호밍(Multihoming) 비용을 높일 수 있다. 전문화를 촉진하여 판매자 간의 차별화를 더 강화할 수도 있다. 그리고 마켓플레이스가 상품 발견이나 거래 혜택을 개선하는데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끝으로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이 칼럼에서 논의한 질문들의 목표는 특정 마켓플레이스의 네트워크 효과가 가진 잠재적인 강점과 방어력을 판단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투자자와 기업가는 이 잠재력을 실현할 방법으로 마켓플레이스의 실행력을 평가해야 한다. 경영진은 과연 여기 언급된 핵심 질문들을 인식하고 있는가? 이를 다루기 위해 적절한 대책을 실행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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