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자 ‘은행株 매도세’ 여전

탄핵 수습단계·‘기업가치 선도’에도
외인들 연일 평균 100억대 ‘팔자’
10% 안팎 빠진 주가도 회복 요원
銀 “밸류업 지속이행” 이탈 달래기


외국인 투자자가 은행주를 매도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한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고객이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연합]


은행주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 흐름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줄었음에도 외국인 투자자의 발길을 되돌리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첫 거래일인 지난 16일 KB금융 주식을 약 155억원어치, 신한지주 주식을 약 47억원어치 각각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에도 각각 약 104억원, 121억원 규모의 주식을 팔았다.

비상계엄 사태 후 집중됐던 매도 행렬이 다소 잦아들었지만 투자 이탈을 멈춰 세우진 못한 모양새다. 실제 KB금융의 경우 12일을 제외한 매거래일 순매도가 이뤄졌고 신한지주는 10거래일 연속 매도세가 이어졌다.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지난 16일 약 37억원의 외국인 순매수가 있었으나 17일 165억원어치를 다시 매도하고 나서면서 비상계엄 사태 이후 누적 순매도만 약 913억원에 달하는 실정이다. 우리금융지주도 17일 하루에만 185억원 규모의 외국인 순매도가 이뤄진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가 계속되면서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은행주 주가는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KB는 지난 3일 10만1200원에서 9일 8만2800원까지 떨어졌다가 소폭 올라 현재 8만6000원대다. 하나와 신한, 우리도 지난 3일 대비 주가가 10%가량 내린 상황이다.

은행들은 외국인 투자자와 적극 소통하며 투자자 이탈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 이행을 통해 주주가치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으로 국정 공백이 발생한 상황에서 정부가 주도해 온 밸류업 정책이 동력을 잃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은행으로서는 기업의 미래가치 증명과 시장의 신뢰 회복이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키움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은행주 전체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0배에서 0.46배로 하락한 상황이다. 이는 시장 수익률을 밑도는 것으로 밸류업 정책 지속성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고착화된 고환율 흐름도 은행 자본비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원/달러 환율은 현재 1430원대를 유지하고 있고 연내 최고 1460원까지 오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환율이 오르면 외화자산에 영향을 줘 위험가중자산(RWA)이 증가하는 등 은행으로서는 자본비율을 관리하기 어려워진다. 특히 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하락하며 배당여력이 줄고 당기순이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가운데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의 코리아 밸류업 지수 편입으로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가 모두 밸류업 선도 기업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11일 주가지수운영위원회에서 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에 대한 특별변경을 심의하고 KB금융과 하나금융을 포함한 5개사를 신규 편입하기로 했다. 지수 반영일은 오는 20일이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높은 환율과 규제 리스크 확대 우려 등이 은행주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고 외국인 순매도로 수급여건도 악화되고 있다”며 “탄핵 가결에 따른 불확실성 해소가 환율을 안정화시킬 경우 단기 반등이 나올 수 있다. 외국인 매매 패턴 변화를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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