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총재 “외환위기 걱정 너무 과도” 일축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1440원대를 압박하는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면서 국내 외환보유고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창용 한국은행(한은) 총재가 “큰 변동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 총재는 지난 17일 오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비상계엄 사태 이후 외환보유고 상태는 어떤가’라는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의 질의에 “외환보유고에 크게 변동이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한은의 시장 개입 여파로 외환보유액 감소 우려가 제기돼 이 총재가 선을 그었지만 4000억달러를 밑돌 수도 있다는 시각은 여전하다. 실제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153억9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2021년 10월 4692억1000만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하며 4700억달러대에 육박했다. 그러나 이후 강(强)달러가 지속하면서 점차 줄어 4000억대 초반대까지 밀렸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에도 원/달러 환율이 1440원선을 위협받고 있어 당국이 더 적극적으로 외환보유고를 헐어 시장 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한국은행은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거래 등으로 ‘컨틴전시 플랜’(상황별 대응 계획)을 대응하겠단 입장이다. 외환스와프 거래도 결국 달러를 국민연금에게 주는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일시적이긴 하나 엄연한 외환보유액 감소 요인이다.
그럼에도 이 총재는 국회의 외환위기 가능성에 대해 “외채를 갚지 못하는 게 외환위기인데, 현재 외환에 대해 우리나라는 채권국이고 외환 시장 작용하는 데도 문제가 없다. 외환위기 걱정은 너무 과도하다”고 밝혔다.
또한 글로벌 신용평가사의 한국 경제 평가에 대해 “지금 변화가 없고 저희를 관망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수준에 대해 “현재 3bp 정도 올라간 상황인데 연초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어서 변동이 없다고 보면 정확하다”고 답했다. 아울러 “국고채 금리에 큰 변동이 없다”며 “채권시장의 신용 스프레드도 크게 변화가 없다”고 언급했다. 코스피·코스닥지수에 대해선 “지수 변동이 매우 커서 급락했다가 이전 수준으로 올라와 있다”며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나가는 상황이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탄핵정국에 따른 경제 영향에 대해서는 “과거 두 차례 탄핵 사례와 같이 경제 정책이 정치와 분리돼 유지된다면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며 “다만 국외 환경이 예전과 다른 만큼 국외 환경 변화에 유의해야 한다는 게 우리(한국은행)의 메시지”라고 진단했다.
비(非) 정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등을 통한 ‘무제한 유동성 공급’ 대책의 물가·환율 영향과 관련해서도 “무제한 유동성 공급은 시장 안정을 위한 안전판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지금까지 RP 매입을 통해 공급한 유동성은 14조원 정도로, 과거나 평상시와 비교해 유동성이 풀린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환율이나 물가가 올라가는 것과도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해외 투자자들과 계속 통화하고 있다”며 “(해외 투자자들은) 경제 프로세스가 정치와 관계 없이 정상화되는지를 관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태일·유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