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HD현대 “해외군함사업 원팀 협력”…KDDX는 여전히 ‘팽팽’

주요 방산업체, 17일 CEO 간담회 참석
한화오션·HD현대重 해외 사업 협력 의사
7.8조 규모 KDDX 사업선 여전히 신경전
방사청, KDDX 사업 관련 원론적 입장 고수


석종건(오른쪽 두번째) 방위사업청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주요 방산업체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한영대·고은결 기자] “해외 군함 사업에 있어서 원팀(One Team)을 이루겠다.”

최근 국정 혼란으로 K-방산이 위기에 처한 가운데, 갈등을 빚고 있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해외 군함 사업에 대해선 협력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2024 방산업체 CEO(최고경영자) 간담회’가 개최됐다.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 주관으로 열린 이 행사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등 국내 방산 대기업 9곳의 대표들이 참석했다. 대내외 변수로 방산 수출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 속에서 정부와 기업 간 협력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

이번 간담회는 계엄 사태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방산업계 행사인 만큼 주목을 받았다. 글로벌 지정학적 불확실성으로 역대급 수주 행진을 기록했던 K-방산은 정치 불확실성으로 제동이 걸린 상태다. 무기 계약이 국가와 국가 간 거래인 점을 고려할 때 국정 공백은 방산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다.

7조8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 수주를 놓고 신경전 중인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도 해외 군함 사업에서는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양사는 7조8000억원 규모의 KDDX 사업 수주를 놓고 올해 초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다만 해외 사업 수주를 위해 갈등을 멈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한화오션은 지난달 HD현대중공업에 대한 고발 취소를 상대로 경찰에 고발한 사건에 대해 취소를 결정했다. 이후 HD현대중공업도 한화오션 관계자에 대한 명예훼손 고소를 취하했다.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정조대왕함(왼쪽)과 한화오션이 제작한 율곡이이함. [각 사 제공]


이날 현장에서 만난 어성철 한화오션 특수선사업부장(사장)은 “해외 사업에서 HD현대중공업과 원팀 협력에 높은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대표(부사장)도 방산 수출에 대해 “원팀이 돼서 잘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 사장은 이번 국정 혼란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국정 공백으로 한화오션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며 “미국에서는 한국이 계속 MRO 사업을 하길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오션은 올해 8월 4만t급 군수지원함인 월리쉬라함의 창정비 사업, 지난달에는 미국 해군 7함대 소속 3만1000t급 급유함인 유콘함의 정기 수리 사업을 따냈다.

하지만 KDDX 사업을 놓고는 입장 차이를 보였다. 어성철 사장은 “전력화 시기를 더 늦출 수 없는 만큼 내년 초까지 반드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주원호 부사장은 “원칙과 절차에 따라서 잘하면 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양사는 KDDX 사업자 선정 방식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측은 수의계약, 한화오션 측은 경쟁입찰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사는 지난달 대승적 차원에서 고소·고발을 취하했지만, 탄핵 정국 여파로 사업자 선정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KDDX 사업 주관 부처인 방사청은 사업자 선정이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석종건 방사정창은 “방산업체 지정은 가급적 가능한 빠르게 해야 할 것”이라며 “양쪽 업체도 나름대로 방산산업의 큰 틀에서 협력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선언 구체화와 관련해 업체들과 얘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