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허브 서비스 공급 LOI도 체결
탄소중립 흐름에 韓기업 진출 잇따라
트럼프 2기 체제에도 지원 이어질듯
셰퍼드 CCS 프로젝트 참고도. [삼성E&A 제공] |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국내 기업이 참여하는 아시아 최초의 탄소포집 허브 프로젝트가 순항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제조업이 주력산업인 우리나라는 탄소 배출이 불가피한 일부 업종을 고려할 때,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위한 탄소 포집·저장(CCS) 산업이 필수적이다. 주요 그룹의 에너지 회사들이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 국내외 프로젝트에 뛰어든 이유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과 말레이시아 기업이 함께 추진하는 ‘셰퍼드 CCS 프로젝트’ 참여사들은 타당성 조사에 이어 사전 기본설계를 진행 중이다. 셰퍼드 CCS 사업 관계자는 “현재 울산 허브터미널과 해외 저장소에 대한 사전 기본설계 작업을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셰퍼드 CCS 프로젝트는 국내 산업단지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CO₂)를 포집해 말레이시아로 이송·저장하는 게 골자다. 아시아 최초의 CCS 허브 사업으로, 국내에서 관련 기술력과 경험을 보유한 기업들이 대거 참여했다. 앞서 기존 참여사들은 지난해 8월 사업 개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타당성 조사를 진행해왔다.
우리나라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도 저장 공간이 부족한데, 말레이시아는 탄소저장공간과 지리적 접근성 두 측면에서 최적의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경제성 확보를 위해 양국에 허브 클러스터를 동시 개발한다는 측면에서도 주목된다.
아울러 최근 한국석유공사, 삼성 E&A, 롯데케미칼 등 국내 기업은 ‘셰퍼드 CCS 국내 허브터미널 서비스 공급을 위한 사업참여의향서(LOI)’를 체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LOI는 법적 구속력을 가진 계약 체결 전 협력 의사를 표시하는 문서다. 협력 범위는 ▷배출원부터 울산 허브터미널까지 파이프라인을 통한 이송 ▷이산화탄소의 액화, 임시저장 및 적재 ▷울산 허브터미널부터 말레이시아 사라왁까지의 CO₂ 운송 ▷말레이시아 저장소에서 영구저장 및 모니터링이다.
셰퍼드 CCS 프로젝트 외에도 국내 기업들은 국제 협력을 통한 CCS 사업을 추진 중이다. SK이노베이션 E&S는 2012년부터 개발에 참여해온 호주 바로사 가스전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생산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를 포집해 동티모르 해상의 바유운단 고갈 가스전에 저장하는 저탄소 LNG 사업 모델을 계획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E&S는 콘티넨털 리소스 등 미국 에너지 기업과 미국 중서부 지역의 바이오에탄올 생산 플랜트에 CCS 기술을 적용하는 ‘서밋 CCS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연간 12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처리할 수 있어 세계 최대 규모의 CCS가 될 전망이다. SK어스온은 CCS 전담 조직을 두고 있으며, 지난 8월 호주 해상 이산화탄소 저장소 탐사권을 획득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해 미국 텍사스주 CCS 사업권을 확보하며 10% 지분 참여 형태로 뛰어들었다. 국내에선 재작년 정유·화학 기업들이 CO₂ 포집·활용·저장(CCUS) 사업을 위한 기업 컨소시엄 협약을 체결했다. 특히 GS칼텍스는 CCUS 사업의 전 영역에 참여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4월부터 한국화학연구원과 탄소 포집·활용(CCU) 사업도 협력 중이다.
한편 트럼프 2기 시대를 앞둔 가운데 CCS 산업에 대한 지원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해당 기술은 탄소중립의 핵심 요소이며, 트럼프 당선인이 화석연료 옹호자이지만 세계적인 에너지 기업들이 그의 후원자인 만큼 이해관계에 따라 관련 분야 세액공제 등 지원은 이어질 것이란 점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친 화석연료 정권인 트럼프 행정부가 과격한 에너지 전환을 원하지 않는 만큼, 화석연료 산업의 청정성 차원에서도 CCUS 기술은 유망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