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친부·친모, 징역 5년·3년
대법, 원심(2심) 판결 확정
대법원. [연합] |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태아에게 다운증후군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들은 뒤 출산 당일 신생아를 살해한 친부·친모에게 각각 징역 5년과 징역 3년이 확정됐다. 장애아 양육의 부담 때문에 범행에 이른 점 등이 다소 참작됐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노경필)는 살인 혐의를 받은 친부 A(42)씨, 친모 B(45)씨에 대해 이같이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들의 약 10년 전 범행에 대해 각각 징역 5년·징역 3년 실형을 선고한 원심(2심) 판결이 정당하다며 확정했다.
이들은 친모 B씨의 임신 34주차였던 2015년 3월께 병원에서 “태아에게 다운증후군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들었다. 병원에선 양수검사를 해보자고 권유했지만 이들은 따르지 않았다. 대신 태아에게 장애가 있다고 확신했다. 이들은 아기를 치료 및 양육하는 게 매우 힘들 것이라 생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친부모의 선택은 살인이었다. 이들은 최대한 빨리 태아를 제왕정개로 출산한 뒤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서울에 있는 한 병원을 찾아가 수술을 해줄 것을 간청했다. 친모는 병원 측에 A4용지에 자필로 “출생 뒤 아기를 바로 데리고 가겠다”며 “임신 유지가 너무 힘들며 모든 책임은 산모가 진다”고 적어 제출했다.
출산 직후 의사는 피해자를 다른 병원에 보내 진료를 받을 것을 권유했다. 신생아 집중치료가 필요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태아를 집으로 데려가 방치한 뒤 사망하게 했다. 이후 다음 날 오전, 사망한 피해자를 인근 야산에 매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태아의 체중은 2.04kg, 신장은 44cm였다.
이 사건 이후에도 A씨와 B씨는 임신을 시도했다. 하지만 두 번째 아이도 장애를 가진 것으로 나타나 임신중절 수술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2019년에 아들을 출산하긴 했으나 역시 언어발달 지연으로 언어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범행이 드러나면서 A씨와 B씨는 살인 혐의로 법정에 섰다. 1심은 친부 A씨에게 징역 6년을, 친모 B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또한 범행을 도운 B씨의 어머니에게도 징역 5년을 선고했다.
1심을 맡은 수원지법 11형사부(부장 신진우)는 지난 1월, 살인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며 이같이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양형의 배경에 대해 “피고인들은 자녀를 보살펴 줘야 할 책임을 망각하고 반인륜적 범행을 저질렀다”며 “일정 기간 피고인들을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다만, 다소 선처하며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배려의 부족으로 인해 피고인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유인한 측면이 있다”며 “죄책감을 평생 갖고 살아야 함으로써 범행으로 인한 피해를 스스로 입고 있으므로 그 책임을 온전히 묻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2심에선 감형이 이뤄졌다. 2심을 맡은 수원고등법원 1형사부(부장 문주형)는 지난 7월, 친부 A씨에게 징역 5년을, 친모 B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B씨의 어머니에게도 징역 4년을 선고했다. 1심 형량에 비해 모두 1년씩 감형된 결과였다.
2심 재판부는 “이들이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살인을 계획한 게 아니라 장애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 장애아동을 양육해야 하는 삶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인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한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낳는 지극히 평범한 희망이 유독 피고인들에겐 쉽게 허락되지 않았던 점, 죄책감을 평생 가지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지금의 아이를 키우겠다고 다짐하는 점, 다운증후군 지원 사업에 2000만원을 후원하기도 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1심의 형량은 다소 무거워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2심 판결에 대해서도 “부당하다”며 상고했지만 대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은 “원심(2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징역 5년·3년형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