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심리 위축, 연체율 증가 우려
정부 소비 진작 방안 마련 시급
12월 들어 일평균 신용카드 사용액이 11월 누적 대비 1700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지표의 방향계인 카드 사용액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계엄사태와 탄핵정국 여파로 내수가 급격하게 침체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도 예상치보다 더 가파른 카드 사용액 감소가 경제심리를 위축시키는 주요인으로 지목했다. 다음달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가운데, 카드 사용액 감소 추세가 악화될 경우 경기부양 차원의 대책 마련이 더욱 시급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기사 6면
▶경제 심리 위축 조짐…카드사용액 증가율도 ‘주춤’=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1월 누적 신용카드 일평균 사용액은 2조6584억원에서 12월 1~7일 기준 2조4796억원으로 줄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급속도로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연말 성수기임에도 카드 사용액 일평균이 단 7일 만에 약 1700억원 가량 줄어든 것이다.
전년 동기 대비 카드사용액 증가율도 11월 3.28%에서 12월 3.00%로 폭이 줄었다.
이처럼 경제심리 위축 조짐이 나타나면서 한은도 소비심리가 최우선 관리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8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회의 기자간담회에서 “소비지표로 카드 사용액을 많이 보는데 카드 사용액은 한은 생각보다 조금 떨어지고 있고, 제일 크게 변한 것이 소비심리와 경제심리지수인데 여러 불확실 때문에 급격하게 하락했다”며 “우선적으로 소비심리를 안정화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카드업계도 이 같은 사용액 감소 추세에 비상 대응에 나섰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도 연말들어 경기하강과 소비축소로 카드사용액이 줄어들어 관련 대응책을 논의 중”이라면서 “도널드 트럼프 당선으로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과 함께 한국 경제성장률 하방 압력까지 고려해, 내년도 사업 계획을 보수적으로 수립했다”고 밝혔다.
▶“소비 진작 방안 마련 필요”…카드 연체율 증가 우려도=경기하강 국면에 접어들면서 카드 사용액이 지속 감소될 경우 서민경제의 기초체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소비 감소가 소상공인의 매출 하락으로 이어지면, 이들의 카드 연체율도 연쇄적으로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8개 카드사(신한·KB국민·롯데·비씨(바로)·삼성·NH농협·현대·하나카드)의 1개월 이상 연체채권비율은 6월 말 1.34%로, 전년동기(1.20%) 보다 0.14%포인트 올랐다. 3월 말 연체율은 1.38%였는데, 이는 2015년 3월 1.42%이후로 최고치였다.
5년새 카드연체율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 3월 말부터 2022년 12월말까지는 0%대의 카드 연체율을 보였다. 2023년 들어 3월(1.23%), 6월(1.20%), 9월(1.23%), 12월(1.25%)에 소폭 증가했다. 이후 올해 들어 3월(1.38%), 6월(1.34%)로 연체율이 상승세를 이어갔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경기하강은 소상공인의 수입 감소로 이어지며, 카드 연체율까지 높일 수 있기 때문에 리스크관리 차원에서도 모니터링을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정호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