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조정 신청인 8054명…미환급금 135억원
법적 효력 없어 기업 수락 미지수…소비자 “환급부터”
19일 서울시 송파구 한국소비자원 서울지원에서 배삼희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상임위원이 티메프 집단분쟁조정 신청 결과를 브리핑 중이다. 정석준 기자 |
[헤럴드경제=정석준 기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가 티몬·위메프(티메프)에서 여행 관련 상품을 구매했다가 환급받지 못한 소비자 피해에 대해 ‘연대 책임’ 방식으로 결제대금을 환급하라고 결정했다.
티메프와 함께 판매사, PG사(전자결제대행사)가 일정 비율로 나눠 피해보상을 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8000여명에 달하는 피해자들이 우선 판매사와 PG사로부터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19일 티메프의 판매대금 미정산으로 촉발된 여행·숙박·항공 관련 집단분쟁조정 신청 사건에 대해 대금 환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티메프가 신청인들이 지급한 대금을 판매사들에게 전달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못함에 따라 판매사들의 채무불이행 등을 야기했으므로 이에 대한 반환 책임을 물었다”고 설명했다.
책임 범위에 따른 결제대금 환급 비율은 티메프가 100%, 판매사는 최대 90%, PG사는 최대 30%다. 서로 연대해 환급을 결정해야 한다. 회생개시 절차 중인 티메프가 환급 여력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 판매사와 PG사가 먼저 환급을 진행한 뒤 티메프와 사후 정산을 하는 방식이다.
[한국소비자원 제공] |
배삼희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상임위원은 “입점 판매사는 통신 판매업자로서 이 사건 계약의 당사자이므로 전자상거래법과 민법에 따른 청약 철회나 계약의 취소에 대해 대금 환급의 책임이 있다”며 “PG사는 전자지급 결제 대행 업체로서 신청인들에게 직접 환급 의무를 적극적으로 부담하는 것은 법리적 판단에 맞지 않은 점을 고려해 비율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8월 초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한 소비자는 총 9004명이다. 조정절차 진행 과정에서 이미 환급을 받았거나 집단분쟁조정 신청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신청이 취하된 신청인 등을 제외하면 8054명이다. 미환급 대금은 135억원이다.
피신청인은 티메프와 106개 판매사, 14개 PG사가 조정 대상이다. 당사자는 조정 결정을 통지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조정결정 내용에 대한 수락 여부를 위원회에 통보할 수 있다. 당사자가 조정결정을 수락하면 조정은 성립되고, 확정판결과 동일한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 발생한다.
100개 이상 기업이 연관된 만큼, 이번 결정이 모두 수락될지는 미지수다. 티메프 피해 판매자·소비자 연합인 ‘검은우산’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분쟁 조정의 결과는 어떤 결과가 나와도 PG사와 판매사 중 한 곳은 불수용 할 것이라는 것이 대다수 소비자의 생각”이라며 “분쟁 조정이 불성립되어 법리 다툼으로 장기화할 경우 그 피해는 모두 소비자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배 위원은 “관련 기업들이 조정 결정을 받아들인 사건은 개별적으로 환급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원은 만약 티메프 관련 여행사와 PG사 등이 조정안 수용을 거부할 때를 대비해 변호사 선임 및 수임료 지급 등을 위한 소송지원비 1억원을 내년 예산안에 반영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관련 예산을 적극 사용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피해자가 추가로 구제를 신청하면 피해 금액이 달라지므로 변호사 선임비 등 비용 책정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환급을 위한 법적 제도와 재발 방지를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검은우산 비대위 관계자는 “피해자 입장에서는 누구든지 먼저 보상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분쟁 조정 결과가 법적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다른 유관 부처들도 환급 관련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 상임위원회에는 티메프 미정산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전자금융거래법 및 대규모유통업법’ 개정 등이 계류된 상태다.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의 모습 [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