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먹인 우민호 감독 “하얼빈 향한 2030 독립투사, 고맙고 죄송스러워”

24일 개봉 앞둔 ‘하얼빈’ 18일 언론시사회 직후 기자간담회

우민호 “혼란의 시대 관통하고 있지만 반드시 이겨낼 것…자긍심 가졌으면”

안중근 역 현빈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나아가는 영화…지금도 마찬가지”

 

우민호 감독이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하얼빈’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영화 ‘하얼빈’이 오는 24일 개봉하는 가운데 혼란스러운 스크린 밖 현실 정치 시국과 연관해 “더 나은 내일”(For a better tomorrow)로 향하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하얼빈’ 언론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우민호 감독과 배우 현빈, 조우진, 전여빈, 박훈, 유재명, 이동욱이 참석했다. 영화 시작전에는 이토 히로부미 역을 맡은 일본 배우 릴리 프랭키도 함께 무대인사에 나섰다.

‘하얼빈’은 3년 전부터 기획하고 찍은 영화이지만 마침 개봉 시점이 비상계엄과 탄핵이 이어지는 현실의 혼란스러운 정국과 맞물리며 주목받고 있다. 게다가 우민호 감독의 전작 ‘남산의 부장들’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부산에 비상계엄을 내리는 시기를 다뤘기에 우 감독이 이번 영화 개봉과 함께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가 관심사였다.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하얼빈’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감독과 배우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훈, 조우진, 현빈, 우민호 감독, 전여빈, 유재명, 이동욱. [연합]

우민호 감독은 “제 이전 작품들은 주로 악인들을 다루고 한국 근현대사를 비판했는데, 처음으로 이 나라를 위해서 조국을 위해서 헌신한 분들을 다루는 작품을 했다”면서 “제가 안중근 자서전도 보고, 독립 투사들 자료들도 살펴보았는데 거사 당시 안중근 장군의 나이가 30세셨고 다른 독립투사들도 대부분 20대 30대의 젊은 분들이었다”고 말했다.

우 감독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울먹거리며 “젊은 분들이 그렇게 헌실할 수 있었던 것을 무엇 때문이었을까 찾고 싶었다”며 “되게 고맙고 죄송스럽다. 이 영화가 지금 관객분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었으면 한다. 비록 우리가 혼란의 시대를 관통하고 있지만 반드시 이겨낼 것이라고 믿고 자긍심을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배우 현빈이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하얼빈’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미소짓고 있다. 연합

안중근 의사를 연기한 현빈도 “저희 영화에서 안중근 장군 그리고 함께 했던 동지들이 어떤 힘든 역경이 와도 신념을 가지고 나아갔듯이 지금도 힘을 모아 한발한발 내딛으면 더 좋은 내일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에 소개되는 ‘하얼빈’ 포스터에는 ‘For a better tomorrow’(더 나은 내일을 위해)라고 적혀있다. 이 문구가 지금 저희에게는 굉장히 의미있는 말”이라고 언급했다.

영화적 상상력으로 빚어낸 여성 독립투사 ‘공부인’을 연기한 전여빈은 “이 혼란한 시기를 다같이 겪고 있을 국민 여러분들과 함께 더 나은 내일과 더 나은 민주주의를 도모하기 위해 저희 영화도 힘을 보탰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일본군 중사 ‘모리’를 연기한 박훈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겨울이다. 저희 영화가 관통하는 계절도 겨울이다. 봄을 향해 가는 한걸음 한걸음이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배우 전여빈이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하얼빈’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

독립군 ‘김상현’ 역의 조우진은 “하얼빈이라는 영화가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사람들의 여정이라면, 요즘도 더 나은 내일을 위해 각오를 다지고 행동으로 옮기는 분들이 많다. 이 영화가 동지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창섭’ 역의 이동욱도 “독립을 위해 애써주신 독립운동가분들에게 감사를 전한다”고 전했다.

영화 ‘하얼빈’은 “역사 자체가 스포일러”라는 말이 있는 만큼 실제로도 부담이 상당했다는 고백이 나왔다.

우 감독은 “하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모인 독립군들의 이야기와 그 여정을 저는 숭고하게 담고 싶었다”면서 “영화는 무척 클래식하게 찍었다. 지금 한국영화가 처한 현실이 쉽지 않은데, OTT와는 다른, 차별성을 줄 것이 뭐가 있을까를 배우, 스태프들과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진심을 다해 찍은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하얼빈을 찍는 지난 몇년간 수도 없이 포기하려고 했다. 그러다 제 와이프의 권유로 박경리 선생의 ‘토지’를 읽었다. 토지를 읽으면서 용기를 얻고, 가닥을 잡았다”며 “토지가 말하는 것은 한민족의 모진 생명성이다. 아무리 짓밟혀도 다시 살아난다는 것이다. 지금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빈은 “거사 직전까지의 안중근 의사에 대한 어떤 사진 자료도 없었다. 모두다 글로만 남아있었다”면서 “정말 준비할때부터 촬영이 끝날 때까지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상상하고 생각하면서 안중근 의사가 되었다”고 밝혔다.

현빈은 영화 및 뮤지컬 ‘영웅’에서의 안 의사와는 다른 결의 안중근을 연기했다. 그는 “감독님과 이 영화를 준비할 때부터 ‘독립 투사 안중근’ 보단 과정 속에서, 인간관계에서 오는 관계들, 괴로움, 고통 이러한 인간적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자 해 그런 모습에 더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현빈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우 감독은 “어떤 쓸쓸함, 연약함이 있다. 그런데 또 강함이 있다. 저는 그런 안중근을 바랐다”며 “반드시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위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그런 눈빛과 얼굴이 현빈에게 있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실제로 영화에 현빈을 비롯해 배우들의 얼굴로만 여러번 화면을 가득 채우곤 한다. 우 감독은 “회화, 명화를 보는 느낌으로 화면을 담았다. 왜냐하면 그분들(독립투사)의 얼굴을 숭고하게 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아이맥스(IMAX·1.43:1의 독자적인 화면비율과 고화질이 특징)판으로 영화를 즐겨주길 바란다며 “아이맥스, 와이 낫(Why Not?)”이라는 짧지만 강력한 권유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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