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방미 가능성 열었지만…트럼프 ‘韓패싱’ 현실화

“계획 없어…결정되면 말하겠다”
전문가 “권한대행 한계 넘기 힘들것”


우리나라가 또 다시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을 맞게 됐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방미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외교 공백을 최대한 빨리 막겠다는 입장이다. 복잡한 외교변수 속 ‘한국 패싱’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권한대행 한계를 넘어서기가 쉽지 않아보인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18일 한 권한대행의 방미와 관련해 “어느 순간이 계기가 되면 검토한다는 것이었지, 구체적인 사항은 아니었다”면서 “한미 관계가 가장 믿을만한 상호 간의 파트너이기 때문에 충분히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앞서 총리실은 한 권한대행이 트럼프 당선인 취임 전후 방미 가능성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치권은 한 권한대행이 미국을 방문한다면 시기는 1월 20일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 전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트럼프 당선인 측 반응이 변수로 남은만큼 섣부른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 전문가는 “권한대행은 기존에 있는 정부의 정책을 그대로 받아서 이어가야 한다. 그 선을 잘 지키는 것이 한 권한대행이 해야할 일”이라며 “대행이라고 해서 국가수반이 할 일까지 다 하는 것은 조금 아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외교부 관계자도 “단정적으로 만날지 안 만날지를 얘기할 것은 아닌 것 같다”면서 “앞으로 맞춰갈 부분”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 외교의 ‘급’을 생각했을 때 권한대행이 정상간 회담을 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만난 바 있다.

다른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로 전환되는 기간이라고 해도 지금 대행 체제와 깊이 있는 대화가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지만 헌법재판소 심판이 남아있어 미국 입장에선 정치적 불확실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한반도 전문가인 브루스 클링너 선임 연구원은 17일(현지시간) 열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대담에서 “트럼프가 한국에 가거나 반대의 상황(한 대행의 방미)이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한국이 조기 대선을 통해 정권 교체가 이뤄지면 기존 안보 정책에도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리더십이 정상화되기 전까지 양자 정상회담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일본 대사는 지명을 마쳤지만, 아직 새 주한대사를 임명하지 않았다. 과거에도 미국은 중국·일본 주재 대사를 먼저 선임한 뒤 주한대사를 정해왔다. 다만 7년 전 황교안 국무총리 대행 체제였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대사를 계속 비워두다 취임 후 1년 7개월이 지나서야 해리스 전 대사를 지명했다. 결국 새 대통령 취임 전까지 사실상 한미 간 정책협의를 할 수 없어 양자 회담은 더욱 쉽지 않으리라는 것이 중론이다.

눈 앞에 불을 끄듯 급하게 대미 외교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흥규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국이 안달하는 것을 잘 알고 있는 트럼프 당선인은 최대한 무시하는 자세를 취할 수 있다”며 “이는 트럼프 당선인이 원하는 선물을 최대로 가져오라는 다른 의미의 요구”라고 평가했다.

서정은·문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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