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대표직을 사임했다. 그런데 그가 왜 사임해야 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만일 탄핵에 찬성했기 때문에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했다면 이는 납득할 수 없다. 탄핵 찬성은 국민적 상식에서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설령 대통령의 주장처럼 ‘경고를 위한 계엄’이라는 주장을 믿는다고 가정하더라도, ‘경고’를 위해 국민과 국제 사회를 이토록 놀라게 해도 되는가를 생각하면, 탄핵 찬성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또한, 대통령이 순식간에 보수를 완전히 망쳐놨다는 차원에서 보더라도 보수정당의 대표가 대통령에 대해 탄핵을 주장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만일 한동훈 전 대표가 비상계엄 선포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했다고 주장하며 대표직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이런 주장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런 주장은 한 대표가 김건희 특검법 등 거야의 공세를 막지 못해 이것이 결국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이어졌고, 이런 와중에 친한계가 탄핵에 찬성하는 바람에 야권이 어부지리를 얻었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그런데, 한 대표가 거야의 공세를 막지 못해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것이 도대체 논리적으로 성립 가능한 주장인가는 의문이다. 거야가 맹공을 퍼부으면 비상계엄을 선포해도 된다는 것인지 설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치는 정치로 풀어야 하는데, 정치를 계엄으로 제압하려 한다는 것이 문제라는 점이 간과되고 있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은 윤 대통령을 더욱 믿을 수 없는 사람으로 만들 뿐이다. 종합적으로 보면, 친윤들이 무슨 논리를 들이대며 한동훈 전 대표의 축출을 합리화하려 한다고 해도, 그런 주장은 그냥 궁색해 보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한동훈 전 대표는 이제 정치적인 모든 힘을 잃은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지난 12월 13일에 공개된 한국갤럽의 자체 정례 여론조사(12월 10일부터 12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주요 정치인의 신뢰도 조사가 있었는데, 1위는 계엄령 선포를 순식간에 무력화하는 데 가장 공이 큰 우원식 의장이었고, 그 뒤를 이은 사람이 이재명 대표 그리고 한덕수 총리, 한동훈 전 대표의 순(順)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현재 시점에서 보수 진영 대선 후보로는 한동훈 전 대표만이 유일하게 의미 있는 지지율과 신뢰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오세훈 서울시장이나 홍준표 대구시장도 있지만, 아직까지 이들의 지지율 혹은 신뢰도는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 전 대표의 정치적 ‘필요성’은 아직도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윤 대통령에 대한 검경의 수사 결과 계엄 선포가 내란임이 증명된다면, 그리고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의 탄핵을 결정하게 된다면, 모든 정치인 중에 가장 빠르게 계엄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여당에서 탄핵 찬성을 당론으로 정하자고 제안한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상당히 강화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어쩌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의 등장을 간절히 바라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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