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m 버디 세리머니는 즉흥적
프로야구 KIA 김도영 만나 응원
2024시즌 KLPGA 투어 신인왕 유현조가 17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매니지먼트사 넥스트크리에이티브 사무실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올해 제 플레이는 100점 만점에 89점이에요. 목표했던 신인왕을 이루긴 했지만 아쉬운 부분이 있었거든요. 커리어 하이를 찍을 때 스스로에게 100점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정규투어 데뷔 첫 해 달콤한 우승을 맛봤다. 그것도 가장 어려운 코스 중 하나로 손꼽히는 곳에서 펼쳐진 메이저 대회 우승. 생애 단 한 번만 도전할 수 있는 신인상도 품에 안았지만 여전히 배가 고프다. 갤러리가 많을수록 힘이 나고, 까다로운 코스에서 더 집중력이 발휘된다는 무서운 루키는 이제 2년차 시즌을 준비하며 다시 한 번 도약을 앞두고 있다.
2024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신인왕 유현조(19·삼천리)는 17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올시즌을 돌아보면 역시 KB금융 스타챔피언십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마지막날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긴장감을 이겨내고 우승한 게 스스로 대견하고 뿌듯하다. 칭찬해주고 싶다”고 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 은메달, 개인전 동메달로 주목받았던 루키 중 한 명이었던 유현조는 시즌 중반까지 신인 포인트 1위를 달리고는 있었지만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하지만 9월 경기도 이천시 블랙스톤 이천 골프 클럽에서 열린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 배소현 성유진 윤이나 등 쟁쟁한 선배들의 추격을 따돌리고 메이저퀸에 오르며 골프팬들에게 확실하게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특히 4라운드 17번홀에서 두고두고 회자될 명장면을 만들었다. 성유진에 1타차로 쫓기던 상황에서 18m가 넘는 버디 퍼트를 남겨놓은 유현조는 침착하게 2단 그린 위로 퍼트를 밀어 올려 그대로 홀컵에 떨어뜨렸다. 그림같은 퍼트로 갤러리의 환호성을 자아낸 유현조는 오른손 검지를 하늘로 번쩍 치켜들고 흔드는 깜찍한 세리머니까지 펼쳤다.
유현조는 “의도한 세리머니가 절대 아니었다”고 손사래를 치며 “홀컵 가까이에만 붙이자고 생각했는데 바로 들어가면서 나도 모르게 그런 동작이 나왔다. 다음 홀로 걸어가면서 바로 후회했다. ‘내가 방금 뭘 한거지? 내가 왜 그랬지?’ 하면서. 나중에 그 영상을 수십번도 더 봤는데, 다시 봐도 오글거렸다”고 웃었다.
유현조는 당시 우승 후 인터뷰에서 프로야구 KIA의 팬이라며 김도영 선수에게 골프 레슨을 해주고 싶다고 해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유현조는 “그 후 KIA 경기를 보러 갔는데 관계자분이 김도영 선수를 인사시켜 주셨다. 서로 플레이 잘 보고 있다, 열심히 하자고 응원했다”고 말했다.
유현조가 지난 9월 KLPGA 투어 메이저 대회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 우승을 확정한 후 두 팔을 번쩍 들고 기뻐하고 있다. [KLPGA 제공] |
“올해 나갈 수 있는 대회는 다 나갔다”는 유현조는 29개 대회에 출전해 28차례나 컷통과했고 톱10엔 9차례 올랐다. 기복없는 경기력과 강한 체력이 뒷받침돼 가능한 결과였다. 특히 8월부터 시작된 하반기 14개 대회선 절반인 7차례나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마음을 비우고 단순하게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시즌 후반 경기감각이 좋아졌다고 했다.
“시즌 초반에는 빨리 성과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그게 독이 된 것같아요. 그래서 대회도 많이 남았으니 여유를 갖자고 스스로 다독였죠. 특히 올해 은퇴한 (김)해림 언니가 해준 말이 많이 도움이 됐어요. 투어 생활할 때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힘들 때는 한 두 대회 정도 쉬면서 리프레시하고 체력을 끌어 올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해주셨거든요. 저도 나중에 해림 언니처럼 후배들에게 좋은 조언을 해주는 선배가 되고 싶어요. 제 말에 신뢰가 생기려면 그만큼 또 커리어를 쌓아야겠죠?”(웃음)
유현조는 시원한 장타(드라이버 비거리 8위·251.197야드)를 앞세워 6개의 이글로 올시즌 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그는 “샷이글은 한 번이고 나머지는 투온 후 퍼트 이글이었다”며 “아무래도 드라이버 비거리가 많이 도움이 됐다. 앞으로 ‘이글 하면 유현조’ 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17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2024시즌 KLPGA 투어 신인왕 유현조 임세준 기자 |
내년 1월 첫날 뉴질랜드로 전지훈련을 떠나는 유현조의 2025시즌 목표는 뚜렷하다. 상금왕과 다승, 그리고 메이저대회 타이틀 방어다. 유현조는 올해 상금 5억8900만원으로 이 부문 15위에 올랐다. 세가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장기인 장타 능력은 물론 웨지 플레이를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제가 잘하는 걸 좀 더 확실하게 해서 파5 홀 버디 확률을 높이고 싶어요. 그러려면 그린 주변 30m, 60m 안쪽 어프로치샷을 좀더 보완해야 될 것같아요. 체력훈련은 작년에도 많이 했는데 올핸 그보다 30% 이상 더 할 예정이에요.”
성공적인 투어 첫해를 마무리하고 따뜻한 연말을 보내고 있는 유현조는 시즌 후 친구들에게 한 턱 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얼마 전 서울 시내 큰 호텔에서 크게 한 번 쐈어요. 친구들이 맛있다며 엄청 좋아하더라고요. 제 지갑은 울었지만…기분은 너무 좋았어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