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 간 글로벌 시총 성장세比 NYSE 1.64배·나스닥 2.28배
美 증시 年수익률, 日·獨·英·凡유럽·印·中 제쳐
[게티이미지뱅크]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전 세계 주요 증권시장의 전체 시총 중 미국 한 나라가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대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지닌 가운데서도 견조한 경제 성장률을 보이는데다, 경제를 맨 앞에서 이끄는 기업들의 실적이 어느 국가보다 탄탄한 모습을 보이면서 글로벌 투자자금을 빨아들인 결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규제 완화 정책을 펼칠 것이란 기대감까지 겹치며 미 증시의 향후 전망 역시도 ‘장밋빛’인 가운데, 급작스런 ‘비상계엄 사태’에 뒤이어 탄핵 정국이 벌어지고 있는 한국의 불안정성이 ‘서학개미(미국 주식 소액 개인 투자자)’들의 미국행(行) 투자 이민 행렬에도 속도가 더 붙을 지 관심이 쏠린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기준 세계거래소연맹(WFE)이 집계한 회원 거래소의 시총 합산액은 117조8676억달러(약 17경1108조원)로 1년 전 99조8499억달러(약 14경4952조원)에 비해 18.0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WFE는 전 세계 52개국에서 공적으로 규제되는 80여개 주식·선물·옵션거래소들의 연합체로, 한국거래소도 회원 거래소 중 한 곳이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1979년 9월 WFE 정회원으로 가입했으며, 현재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WFE 이사회의 아시아·태평양 지역대표 이사 5명 중 한명으로 활동 중이다.
같은 시점을 기준으로 글로벌 1·2위 규모 거래소는 각각 29조7106억달러(약 4경3131조원), 28조1892억달러(약 4경922조원) 수준의 시총을 지닌 미국의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NASDAQ)이었다.
이들 미 양대 거래소의 시총 합산액은 57조8998억달러(약 8경4053조원)로 전 세계 거래소 전체 시총 합산액의 49.12% 수준에 이르는 수치다.
최근 1년간 미 NYSE와 나스닥의 시총 성장세는 확연하게 눈에 띄는 수준이었다. 두 거래소의 시총 규모는 각각 1년 전(22조9287억달러, 19조9758억달러)과 비교했을 때 29.58%, 41.12%씩 커졌는데, 이는 글로벌 거래소 시총 전체 합산액의 증가 비율보다 NYSE는 1.64배, 나스닥은 2.28배나 더 큰 수준이다.
10년 전이던 지난 2014년 10월 기준으로 35.67%였던 전 세계 증시 시총 중 미국 증시의 비율은 5년 후인 2019년 10월 40.40%로 처음 40% 선을 넘겼다. 작년 10월 기준으론 그 비율이 42.97%까지 올라선 이후, 최근 1년 사이 6.15%포인트나 급증한 것이다.
11월 말 기준으론 NYSE와 나스닥의 시총은 각각 31조6499억달러(약 4경5946조원), 30조1283억달러(약 4경3737조원)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날 기준으로 아직 11월 시총 규모가 집계되지 않은 인도·호주·인도네시아·브라질 등 주요국 증시 시총을 추산해 도출한 전 세계 시총(약 122조8500만달러, 약 17경7108조원)의 약 50.29%를 미 증시가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 증시를 향해 투자금이 쏠리고 있는 가장 결정적 이유는 ‘수익률’이다.
올 들어 미 증시 3대 지수의 수익률은 18일(현지시간) 종가 기준으로 나스닥종합지수가 31.33%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23.81%로 뒤를 따랐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의 수익률은 12.23%로 나스닥·S&P500 지수의 절반 수준이었다.
최근 다우 지수(4일, 4만5015.04), S&P500 지수(6일, 6090.27), 나스닥 지수(16일, 2만173.89) 순서로 ‘역대 최고’ 기록을 기록한 바 있을 정도로 강세를 보이며 투심을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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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선진국 증시와 비교했을 대 다우 지수를 제외한 S&P500·나스닥 지수의 수익률이 모두 독일 DAX지수(20.71%),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닛케이225, 16.43%)를 앞섰다. 범유럽 유로스톡스50지수(9.85%), 영국 FTSE100지수(6.19%)보단 미 증시 3대 지수의 수익률이 모두 월등했다.
인도 니프티50지수(10.33%), 중국 상하이종합지수(13.71%) 등 개도국 증시와 비교해도 미 증시 3대 지수의 연간 수익률이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증시에 이처럼 자금이 몰리는 것은 세계 투자자들이 그만큼 미국 경제 상황을 낙관적으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 기준으로 미국의 올해 성장률은 2.8%인 것에 비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은 0.8%에 불과했다.
올해 10월 미국 소매판매는 계절 조정 기준 전월 대비 0.4% 늘어난 7189억달러(약 1043조원)로 집계됐다. 시장 전망치(0.3%)를 웃돌았고, 9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기존 0.4%에서 0.8%로 큰 폭으로 상향 조정되기도 했다.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미국 증시에 대한 투자 열기는 올해 들어 급격하게 높아지는 상황이다.
전날 종가 기준으로 코스피, 코스닥 지수의 올해 수익률은 각각 -8.26%(2655.28→2435.93), -21.03%(866.57→684.36)에 불과했다. 글로벌 주요 증시 내 국내 증시의 ‘소외’ 현상이 어느 때보다 두드러졌던 한 해인 셈이다.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 |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시와 달리 미 증시에 투자할 경우 장기 우상향한다는 믿음이 개인 투자자 사이에도 굳건해지면서 22%에 이르는 해외주식 양도세도 감수하는 게 이득이란 인식이 보편화됐다”면서 “‘지금도 국장을 하고 있으면 바보’란 자조 섞인 발언이 나오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비상계엄 사태와 언제 해소될지 알 수 없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이 장기화 양상을 보이면서 국내 증시에 대한 불확실성이 극대화하고, 이에 따라 개인 투자자의 ‘국장 이탈’ 현상도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삭소 캐피털마켓츠의 차루 차나나 전략가는 “최근의 정치적 위기를 고려하면 (한국 증시가 다른 시장보다 저평가받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더 오래 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1185억8255만달러(약 172조989억원)로 2023년말(680억2349만달러, 약 98조7225억원) 대비 74.33%나 증가했다. 2019년말(84억1566만달러, 약 12조2136억원)과 비교했을 때는 5년 사이에 무려 14.09배나 커졌다.
내년에도 미국 증시가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문가들의 분석도 투자금 쏠림 현상이 한동안 계속될 가능성을 높이는 주요 요인이다.
대표적인 미 월가 약세론자로 알려졌던 두브라브코 라코스 부야스 JP모건 수석전략가는 최근 고객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미 증시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완화적인 통화정책과 기업들의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확대로 상승 랠리를 이어갈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친(親)기업 정책이 증시 투자심리를 부활시킬 것이다. 강력한 노동시장과 국제유가 하락 가능성은 미국 소비자와 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라코스 부야스 수석전략가는 S&P500지수 목표가를 6500으로 제시했다.
다만, 일각에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재발’이 미 증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주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예고한 글로벌 ‘보편 관세’, ‘이민 제한’ 정책 등이 인플레이션 위험을 높일 수 있고, 연준이 내년에 다시 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마지막인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내년 기준금리 인하 횟수를 당초 예상인 4차례보다 2차례 줄어든 2차례 인하를 시사한 점도 증시엔 부담 요소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