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카(스카)가 다르게 길러졌다면’ 상상해보길
‘무파사: 라이온 킹’을 연출한 배리 젠킨스 감독[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스크린에 털이 보송보송한 아기 사자들을 데려다 놓았지만, 사실 전하려는 메시지는 심오하다. 지난 18일 개봉한 ‘무파사:라이온 킹’은 ‘심바’의 아빠 ‘무파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프리퀄(prequel·원작의 이야기보다 앞선 시기를 다루는 작품)이다. 2024년의 라이온 킹을 연출한 배리 젠킨스 감독은 “이 영화에서 다루고자 했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과연 어떤 이가 위대함(Greatness)을 달성할 수 있는 그런 기술과 기량을 얻을 것인가’였다”라고 말했다. 태어나면서 정해지는 것은 없으며, 어떻게 길러지느냐, 또 스스로 어떤 선택을 내리면서 성장하느냐가 한 인물의 운명을 만든다는 이야기다.
19일 한국 언론과 화상인터뷰를 진행한 젠킨스 감독은 스스로를 1994년 원작 라이온 킹의 ‘빅 팬’(Big Fan)이라고 밝혔다. 그는 “애니메이션이기는 했지만 어린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인간의 굉장히 복잡한 감정들을 아주 솔직하고 투명하며 명확하게 표현해냈던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너무나 명확한 선과 악의 이분법적 대결구도를 현대에 맞춰 복잡성을 부여하고자 했노라고 밝혔다. 젠킨스 감독은 “30년 전은 굉장히 이미지가 단순한 시대였던 반면, 이제는 정말 이미지가 범람하는 시기”라며 “어린 친구들이 선악 구도라든지 이미지에서 받아들이는 교훈들도 복잡성을 더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파사(좌)와 타카.[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
“무파사는 선하고, 스카는 악하다. 원작은 처음부터 이렇게 말하죠. 이번에 제 작품에서는 이 인물들이 어떤 여정을 통해 한 쪽은 더욱 선하고 위대하게, 나머지 한 쪽은 악하고 나락으로 떨어지는지를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사실 스카에게도 사랑받아 마땅한 새끼 사자였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런데 ‘세상의 소용돌이에 휩쓸려서 악한 인물이 되고야 말았다’라는 그런 복잡한 여정을 보여줌으로서 현대의 맥락에 맞는 작품으로 거듭났다고 생각합니다.”
라이온 킹에는 세대를 초월하는 핵심과 정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과 악이 무엇인지, 그런 의미에 대해서 다뤄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진정한 리더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할 지점을 준다는 점에서 불멸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젠킨스 감독은 부모의 양육방식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설파했다. 그는 “무파사는 암사자 에셰에게 가르침을 받는데, 에셰는 늘 ‘주변에 있는 모든 요소와 동물들과 하나가 되어라’고 조화를 가르친다. 반면 타카의 아버지 오바시는 늘 타카에게 ‘다른 동물들 위에 군림해라. 필요하다면 기만을 사용해도 된다’고 가르친다”며 “이런 양육방식의 차이가 무파사를 더 나은 인물로 거듭나게 하고 타카를 악인의 길로 들어서게 하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이 말을 바꿔말하면, 무파사가 오바시의 가르침을 받고, 타카가 에셰의 뜻을 따랐다면 둘의 운명은 정 반대가 되었을 것이란 이야기다.
젠킨스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언급했다. 그는 “기택네 가족이 만약 사회 최하층이 아니라 특권층이었다면 그들이 그런 식으로 본인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여러 사기(scheme)을 벌이지 않았을 수도 있다”면서 “그렇기에 사회적 지위나 환경에 따라서 사람들이 어떻게까지 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져볼 수 있겠다”고 말했다.
어린 무파사의 모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
백사자 폭군 ‘키로스’도 사실은 외부의 시선과 스스로의 선택이 그를 빌런으로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신에 따라 흰 색 털을 타고난 사자들은 불운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만약 키로스가 생김새 때문에 박해를 받지 않았다면 빌런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젠킨스 감독은 “우리가 다른 사람을 어떻게 대우하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이 더 나은 인간이 되느냐 아니면 더 나쁜 길로 빠져드느냐가 결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단, 외부의 박해는 스스로의 선택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파사도 라피키도 모두 무리에서 배제되고 소외된 ‘외부자’(Stranger)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택한 방식은 키로스의 방식과 다르죠. 키로스는 ‘서클 오브 라이브’(세상이 인정하는 메인 스트림)에 내가 들어가지 못한다면 차라리 나는 그것을 부숴버리겠어라며 공격을 하는 식이에요. 이처럼 어떤 사고방식으로, 어떤 대처를 하느냐에 따라 악인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은 아주 흥미로운 지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