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북아현2구역에 위치한 아현동성당. [네이버 거리뷰]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서울 강북권의 ‘알짜 재개발’ 입지로 불리는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2구역이 아현동 성당과의 법적 분쟁에서 패소했다. 법원이 아현동 성당측의 손을 들어주며 사업시행 변경계획서를 취소,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재개발 사업 인허가의 마지막 관문으로 꼽히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앞두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제4-3행정부(이승련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아현동 성당(천주교 서울대교구유지재단)이 북아현2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과 서울시 서대문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사업시행계획인가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앞서 원고 패소로 판단한 1심을 뒤집은 것이다.

서울시는 2005년 북아현동 일대를 3차 뉴타운(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했다. 서울 지하철 2·5호선 충정로역과 2호선 아현역을 끼고 있어 5개 구역 중 ‘알짜 입지’로 꼽힌다. 재개발을 통해 최고 29층, 2320가구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시공은 삼성물산과 DL이앤씨가 맡았다. 이달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하며 재개발에 속도를 냈으나 이번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사업이 전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아현동 성당은 재개발 추진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조합과 서대문구청에 성당의 존치를 요구했다. 이에 조합은 총회 결의를 거쳐 아현동성당 존치구역을 제외한 나머지 구역에 대한 사업시행 변경 계획서를 작성, 2022년 3월 17월 서대문구청으로부터 인가를 받았다.

서울 강북권의 ‘알짜 재개발’ 입지로 불리는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2구역 위치도.

그러나 아현동 성당 측은 계획수립 절차와 내용에 있어 위법 사항이 있어 무효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조합과 서대문구청이 존치되는 건축물 소유자의 동의를 얻지 않은 데다 건축물 높이 제한 규정이 위반돼 성당의 일조권과 조망권,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는 취지에서다.

아현동 성당 측은 “사업시행 변경 계획에 따라 정비사업을 시행할 경우 성당에는 수인한도를 초과하는 일조권, 조망권 및 사생활의 침해가 발생하게 된다”며 “성당 북쪽에 신설될 예정인 20m 폭의 도로가 성당 피난로로 이용되는 1층 직통계단 부지의 일부를 침범해 유사시 사제와 수녀들의 안전에 큰 위해가 발생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는 지난 5월 아현동 성당이 서대문구청과 북아현2구역 재개발 조합을 상대로 낸 사업시행계획 변경 인가 취소 소송 1심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그러나 2심에선 이를 뒤집고 아현동 성당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사건 사업시행변경계획은 아현동성당에 거주하거나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환경권 등 생활이익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원고를 제외한 나머지 조합원들의 편익만을 고려해 공익과 사익의 이익형량이 정당성과 객관성을 결여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이 사건 사업시행변경계획에 따라 아현동 성당에 거주하거나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환경권 등 생활이익이 지나치게 침해됐다고 할 것”이라며 “따라서 이 사건 사업시행변경계획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