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약물을 먹인 뒤 남성들을 불러 성폭행하게 한 남편 도미니크 펠리코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프랑스에서 아내에게 몰래 약물을 먹여 의식을 잃게 한 뒤 수십명의 남성들을 집으로 불러들여 성폭행하게 한 남편이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았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남부 아비뇽에 있는 1심 법원은 19일(현지시간) 이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편 도미니크 펠리코(72)에게 징역 20년형을 선고했다. 검찰의 구형과 같은 형량이다.

도미니크의 제안을 받고 성범죄에 응한 공범 49명도 성폭행이나 성폭행 미수, 성추행 혐의가 인정돼 징역 3∼15년형을 선고했다. 그 중 2명은 형량 일부에 대해 집행유예를 내렸다. 공범들은 모두 검찰 구형보다 낮은 형량을 받았다.

도미니크의 범행을 모방해 자기 아내에게 약물을 먹이고 도미니크에게 성폭행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된 장피에르 마레샬에게도 징역 12년형을 선고했다.

도미니크는 2011년 7월∼2020년 10월 아내 지젤 펠리코(72)의 술잔에 몰래 진정제를 넣어 의식을 잃게 한 뒤 인터넷 채팅으로 모집한 남성들을 집으로 불러들여 아내를 성폭행하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수사 당국은 가해자를 72명으로 파악했으나 상당수의 신원이 파악되지 않아 49명만 선고를 받았다. 도미니크의 제안에 응한 가해자들은 범행 당시 연령이 22~74세로 다양했고 트럭 기사, 군인, 소방관, 농부, 언론인 등 직업도 다양하다. 도미니크와 일부 피고인은 혐의를 인정했으나 수십 명은 지젤을 성폭행할 의도가 없었다면서 책임을 도미니크에게 돌렸다.

피해자인 지젤은 “부끄러움은 가해자들의 몫이어야 한다”며 공개 재판을 요구하고 법정에서 가해자들을 마주해 전 세계 많은 사람의 지지와 응원을 받았다.

남편의 범행으로 남성 50명으로부터 성폭행당한 프랑스 여성 지젤 펠리코가 19일(현지시간) 아비뇽의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AFP]

지젤은 선고일에도 법정에 나와 선고를 지켜봤다.

지젤은 이후 낸 성명에서 “이 재판의 문을 열었을 때 나는 온 사회가 여기서 일어나는 논의에서 증인이 돼 주기를 바랐고 그 결정을 후회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이제 남녀가 똑같이 모두 존중과 상호 이해 속에 살 수 있는 더 나은 미래를 찾을 우리의 역량을 신뢰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도미니크와 지젤의 자녀 세 명은 “낮은 형량에 실망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젤은 재판 며칠 전 이혼을 마무리했지만, 손주들이 펠리코라는 성씨를 부끄러워하지 않도록 재판 과정에서 자신도 전남편의 성을 그대로 쓰기로 했다.

유럽 각국 정상들도 지젤에게 지지를 보냈다. 야엘 브룬 피베 프랑스 하원 의장은 “지젤 펠리코, 당신의 용기에 감사합니다”라며 “세상은 당신 덕분에 더는 전과 같지 않다”고 말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대단한 존엄성”이라며 “지젤 펠리코, 고마워요”라고 말했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당신은 전 세계 여성들에게 강한 목소리를 줬다. 부끄러움은 언제나 가해자의 몫”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