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도 상향 근본 이유가 전략적 환헤지…가능성 열어놨다”
하향 안정 부를 수 있는 정책에도 쉽게 잡히지 않는 고환율
美기준금리 지연 소식에 시장 불안 증폭…1450원대 수준
외환당국이 국민연금과 외환스와프 한도를 150억달러 확대하는 등 환율 안정을 부를 수 있는 정책을 연달아 내놓고 있지만, 1450원대를 넘나드는 고환율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 [연합] |
[헤럴드경제=홍태화·유혜림 기자] 외환당국이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한도를 650억달러로 증액했지만, 1450원선의 고환율 상황이 쉽사리 진정되지 않고 있다.
외환스와프는 국민연금이 필요한 달러를 한국은행에서 직접 받을 수 있는 장치다. 결과적으로 시중 달러 수요를 줄이고 환율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생긴다. 그러나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지연될 수 있단 소식이 더 큰 충격을 주면서 시장 심리를 잠재우지 못하는 모양새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주간거래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 대비 1.9원 내린 1450.0원에 출발했다. 소폭 환율이 하락하긴 했지만, 여전히 1450원달러선 아래로 내려가지 못하고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전날 환율은 미국 기준금리 인하 지연 전망을 타고 급격하게 오르기 시작했다. 원/달러 환율 주간거래종가는 전날 1451.9원으로 집계됐다. 종가 기준 환율이 1450원선을 웃돈 것은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15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18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그러나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예고가 이어지면서 시장을 흔들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오늘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금리 추가조정 속도를 늦추는 게 적절한 시점에 도달했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밝혔다.
전날 외환당국은 이에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한도를 500억달러에서 650억달러로 150억달러 상향하는 등 환율 상방압력을 억제하기 위해 총력을 다했으나, 일단 영향은 제한적인 모습이다. 외환스와프는 국민연금이 신규 해외자산을 매입할 때 달러를 직접 사지 않고 한은에서 빌릴 수 있어 시중 달러 수요를 줄여준다. 결과적으로 환율 하방압력으로 작용한다.
국민연금 입장에선 환헤지가 되는 측면도 있다. 달러를 빌려 달러로 갚기 때문에 ‘달러 가치(환율)’가 떨어지면 되면 이득을 보게 된다. 기존 자산에 대한 환헤지를 할 때도 이용할 수 있다. 이땐 선물환 매도를 이용한다.
물론 한도 상향이 직접적인 외환스와프 거래 이행으로 연결되진 않는다. 외환스와프 한도는 2022년 9월 23일 최초 100억달러 한도로 설정된 뒤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늘어왔다. 고환율 상황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진 한도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에서 거래돼 왔다. 최근까지도 100억달러대 수준에 머무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외환스와프 한도를 늘린 이유는 환율이 과도하게 높아졌을 때, 국민연금이 더 과감한 환헤지 전략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민연금은 전술적 환헤지로 해외자산의 ±5% 내외만 헤지할 수 있고, 이마저도 다 쓰지 않은 2.8% 정도만 이용하고 있다. 2.8% 헤지 비율을 달러 규모로 환산하면 130억달러 가량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환율이 앞으로도 급격하게 오른다면 전략적 환헤지를 가동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략적 환헤지는 ±10%의 헤지를 추가로 실행할 수 있게 해주는 전략이다. 700억달러가 넘는 환헤지가 가능해진다. 전날 국민연금은 올해로 종료되는 전략적 환헤지 제도를 1년 더 추가 연장했다. 2022년 제도를 만든 뒤 실제 실행은 지금까지 없다.
한 국민연금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전술적 환헤지만 실행했는데 환율이 올라왔고 (외환스와프) 한도도 늘었으니 전략적 환헤지를 고려해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외환당국 관계자는 “외환스와프를 늘린 근본적 이유가 전략적 환헤지가 실행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