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환포지션 국내은행 50→75%
외은지점 250→375% 한도 상향
외환스와프 500억불→650억불
정부가 은행의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상향하고, 대기업에도 시설자금 용도의 외화대출을 허용한다. 현재 가동되고 있는 한국-인도네시아간 현지 통화 직거래 체제를 말레이시아 등 주요 아세안 교역국과 추가 체결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관련기사 5·18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1500원대 환율을 보게 될 수 있다는 경계감이 커진 가운데 정부가 20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외환 수급 개선 방안을 전격 발표했다. 외화 유입과 관련된 규제들을 풀어 외환수급 균형을 맞추고 실물경제 안정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금융위원회·한국은행·금융감독원과 함께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회의) 컨퍼런스콜을 열고 ‘외환 수급 개선 방안’을 확정했다. 계엄·탄핵사태에 이어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하며 시장이 출렁이자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외환 유입 규제 완화’다. 정부는 은행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4년 9개월 만에 조정하기로 했다. 국내은행은 전월 말 자기자본 대비 50%에서 75%로, 외국계 은행 국내지점은 250%에서 375%로 50%씩 각각 상향 조정한다.
선물환포지션은 선물외화자산에서 선물외화부채를 뺀 값을 말한다. 은행들은 환헤지나 자금조달 등을 위해 외환스와프 시장에서 선물환을 활용하는데, 그 한도를 확대하면 외화자금을 더 많이 조달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은행권이 지난 6월부터 강화된 외화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자본 건전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내년 6월까지는 유동성 확충계획 제출 등 규제를 유예하기로 했다. 올해 말까지였던 유예기간을 더 연장한 것이다.
외국환은행의 거주자에 대한 원화용도 외화대출 제한도 완화한다. 현재 원화용도 외화대출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으며 중소·중견기업의 국내 시설자금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앞으로는 대·중소·중견기업의 시설자금 용도의 대출도 허용하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정부는 차주의 환리스크 부담 여력을 고려, 보유한 외환으로 원화용도 외화대출 원금 상환이 가능한 수출기업 등으로 대상을 제한할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국내 기관이 룩셈부르크 증권거래소(LuxSE)에 채권을 상장할 때 각종 지원에 나선다. 엄격한 절차 탓에 국내 외화채권의 참여가 저조하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세부적으로 채권을 상장할 때 증권신고서 제출을 면제하고, 상장절차 간소화제도 적용 대상에 ‘한국거래소 상장기업’도 포함한다.
이 밖에 이미 구축된 결제 체계를 통해 달러 환전 없이 상대국 통화로 결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지난 9월 출범한 한·인도네시아 현지통화 직거래 체제(LCT)와 관련해 무증빙 한도와 LCT 수행은행(ACCD)의 계좌 일말잔액 한도 상향 등을 추진한다. 말레이시아 등 주요 아세안 교역국과 추가 LCT 체결도 검토한다.
정부는 전날 원·달러 환율 안정 차원에서 외환 당국과 국민연금공단이 외환 스와프(FX Swap) 거래 한도를 500억달러에서 650억달러로 늘리기도 했다. <본지 18일자 1, 3면 참조>
국민연금이 필요한 달러를 현물환 시장에서 대거 사들이면 달러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데, 외환 당국에서 달러를 구하면 외환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양영경·홍태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