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절차 축소해 자료준비 부담 덜어줘
14개 조달특례제도 성과점검체계 구축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정부가 물가 상승 시 공사자재 계약금액을 조정해주는 ‘단품 물가조정제도’를 확대하고, 기본설계비·설계보상비 등이 빠르게 지급될 수 있도록 규정을 마련한다.
국가·기업 간 계약에서 적정대가를 신속하게 지급하는 방향으로 국가계약제도를 개선해 기업의 부담을 덜고 건설경기 회복 등을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김윤상 기획재정부 2차관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제8차 조달정책심의위원회’에 참석해 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
기획재정부는 20일 서울 종로구 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제8차 조달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국가계약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최근 건설경기 회복 지연과 대내외적 불확실성 증가로 민생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내수경기 회복을 지원할 수 있는 10개 계약제도 개선 과제를 마련해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공공공사에서 특정규격 자재(단품) 값이 급등하면 공사비에 이를 반영해주는 ‘단품 물가조정제도’를 물품제조계약에도 확대 도입한다. 현재는 총액이 3% 이상 증가할 때만 계약금액을 조정해주는데, 이런 기준과는 별도로 특정자재의 물가 상승분을 반영해준다는 것이다. 정부는 내년 조달청과 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구체적인 적용 기준도 마련하기로 했다.
아울러 일괄입찰 등에서 실시설계 적격자에게도 입찰 탈락자와 동일한 시기에 기본설계비를 지급하도록 하고, 입찰 탈락자에 대한 설계보상비를 수령한 설계대표자가 설계참여자에게 대금을 14일 이내에 지급하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했던 일부 계약 절차도 바꾼다. 실제 심사 대상자만 종합심사낙찰제 시공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제출기한도 7일에서 15일로 늘린다. 수의계약을 맺을 때 견적서 제출 과정을 생략할 수 있는 금액 기준을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상향한다.
현재 보증금 지급, 신규업체 지정 등으로 한정된 보증기관의 보증책임 이행방식도 다변화한다. 공공공사가 일정 수준 이상 진행돼 새로운 업체 선정이 어려울 때 적용할 수 있도록 ‘기존 시공사 활용방식’을 추가한다. 자금 사정 등으로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한 시공사를 보증기관이 지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부정당제재 제도는 보완한다. 부정당제재는 입찰 과정에서 계약자가 위법한 방법을 사용하거나, 계약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았을 때 해당 업체에 대해 입찰 참가자격 등을 제한하는 것을 말한다.
그간 용역계약은 일정규모 이상 하자가 발생해도 입찰참가 제한 규정이 없었는데, 하자보증기간이 적용되는 소프트웨어, 수리·점검 용역 등은 공사·물품계약과 동일한 제재기준을 적용해 입찰을 제한한다. 공사계약을 중심으로 마련된 부정당제재 기준을 물품·용역계약에도 원활히 적용할 수 있도록 용어도 정비한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각 부처별로 운영 중인 조달특례제도에 대한 성과점검체계 구축·강화 방안도 논의했다. 내년부터 14개 조달특례를 운용하는 부처는 매년 자체 성과점검을 실시하고, 기재부는 3~4년 주기로 종합평가에 나선다. 향후 조달특례를 신설·변경할 경우 조달정책심의위원회의 심사를 거치도록 해 무분별한 조달특례 운영을 방지한다.
이 밖에 혁신제품 공공구매 사업을 체계·전문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한국조달연구원을 ‘혁신제품 지원센터’로 지정하기로 했다. 이 센터는 지정기간(3년) 동안 혁신제품의 발굴과 추천, 교육·홍보 및 컨설팅, 혁신기업의 해외조달시장 진출 등을 지원한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김윤상 기재부 2차관은 “지난 7월 ‘국가계약제도 개선방안’에 이어 이번 2차 개선안이 마련됨으로써 기업 부담이 완화되고 활력이 제고될 것”이라며 “법령 개정 등 후속조치를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조달특례 성과점검체계 구축과 관련해서는 “조달특례의 전략적 활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국회 계류 중인 공공조달법의 내년 상반기 제정을 목표로 입법에 적극 참여하는 등 공공조달의 제도적 기반 마련에 힘쓰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