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납품단가 압박 등 전가 우려
중소 스타트업 기업이 밀집한 판교 일대 전경 성남=임세준 기자 |
조건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된다는 대법원 판결에 중소기업계도 일제히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기업 운영에 직접적 부담도 크지만, 더 큰 우려는 대기업의 경영환경 악화가 결국 중소기업의 경영 압박으로 가중된다는 데에 있다. 경기 불황에 정치적 불확실성, 환율 변동 등 각종 악재가 겹친 상황이기에 더 우려가 크다.
재직 여부나 특정 일수 이상 근무 조건을 기준으로 지급되는 조건부 정기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과 관련, 중소기업계는 바로 우려스럽다는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19일 공식 논평을 통해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아쉬움을 표한다”며 “이번 판결로 중소기업의 추가적인 비용부담과 노사 간의 갈등이 증가할 수 있고, 특히 고용감소로도 이어질 수 있어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미 최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지속되는 고금리, 고물가, 장기간의 내수부진으로 경영환경이 크게 악화된 상태”라고 토로했다.
중기중앙회는 “혼란을 막기 위해 소급 적용을 하지 않은 점은 다행이나, 이번 판결을 계기로 임금체계 단순화와 연공형에서 직무 성과 중심 임금체계로의 전환을 위해 노사가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도 “중견기업계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산업 경쟁력 저하,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등 대내외 불확실성 증가 등 위기 상황에서 이번 판결은 기업의 자금 유동성을 악화해 일자리 창출과 투자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건부 정기상여금은 상대적으로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에서 널리 활용되는 임금 체계는 아니다. 특정 성과 이상의 조건에 따라 지급되는 연말 상여금이 대표적인데, 현재 극심한 경영난 속에서 중소기업 중에 이 같은 형태의 상여금을 지급하는 사례 자체가 많지 않은 탓이다.
오히려 더 큰 고민은 이번 판결로 대기업의 경영 부담이 커지는 데에 있다. 결국, 이 같은 경영 부담은 납품단가 압박, 비용절감 등으로 중소기업에 전가될 가능성이 큰 탓이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대기업이 임금부담 증가로 비용절감에 나서면 결국 누군가는 이를 부담해야 한다”며 “그게 미래투자 재원 고갈과 원가절감 등으로 이어지고, 결국 마른 수건을 쥐어짜듯 협력업체에도 부담이 이어질 것이 우려된다”고 했다.
김상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