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의 거부권…韓대행, 1월1일 ‘진짜 시험대’ [용산실록]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


행정·실무형 관료가 마주한 거부권 행사 난제
총리실 “헌법·법률따라 결정하겠다” 밝혔지만
어떤 선택이든 파장 불가피…韓 탄핵 문제도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달 말 두번째 ‘재의요구권(거부권) 시험대’에 오른다. 지난 19일 양곡법 등 6개 법안에 대한 거부권이 ‘정책 연속성’ 차원의 문제였다면, 내달 1일까지 기한인 ‘내란특검법·김건희 여사 특검법’은 고도의 정치적 결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두 법안이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겨냥하는 법안인데다 한 권한대행을 향한 탄핵 가능성마저 안고있어 어떤 선택을 하든 파장이 불가피하다.

전일(19일) 총리실 고위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내란특검법·김여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에 대해 “1월 1일까지 기한이 있다”며 심사숙고하겠다고 밝혔다.

총리실은 6개 쟁점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대해서도 “헌법과 법률에 따라서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며 우리는 결정을 했다”며 나머지 두 법안에 대해서도 같은 기준으로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내란특검법과 김여사 특검법에 대해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그간 총리로서 윤 대통령의 입장을 뒷받쳐온 것을 고려하면 거부권 행사가 맞지만, 그 반대급부가 만만치 않아서다.

내란특검법은 비상계엄 사태 관련 의혹 일체를 특검이 수사토록 하는 것이 골자다. 특검 후보자는 대통령이 포함되지 않은 교섭단체와 비교섭단체 중 다수당이 한 명씩 추천하도록 했다. 한 권한대행이 당시 비상계엄 선포 국무회의에 참석했던만큼 야당은 이 부분을 파고들며 수용을 압박하고 있다.

김 여사 특검법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품 가방 수수, 8회 지방선거와 22대 총선 선거 개입, 명태균 논란 등 김 여사 관련 15가지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규정했다. 세 차례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이후 국회 재표결에서 부결·폐기됐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을 향해 “내란 부역으로 판단되는 즉시 끌어내리겠다”고 했다. 다만 국정공백, 연이은 탄핵 역풍,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 등을 고려해 타이밍을 고심 중이다. 여권과 대통령실에서는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는 것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당연한 책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까지 버텨주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여야간 입장차가 뚜렷하고,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만큼 한 권한대행의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좌우 가리지 않는 행정·실무형 관료라는 평가를 받아왔던 그로서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진짜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 권한대행이 두개 법안에 대해 모두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한 권한대행 스스로에 대한 (방어) 문제 뿐 아니라 명분을 찾아서 결정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권한대행의 탄핵 가능성을 거론한 가운데 요건을 놓고도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인만큼 대통령 탄핵소추 기준이 적용돼야한다는 의견과 기존 지위인 총리 탄핵소추 기준을 따라야한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국무총리 탄핵소추는 재적의원 과반수(151명) 찬성이 있어야 한다. 다른 의견으로는 탄핵사유가 대통령 직무행사에 의한 것인지, 총리 직무행사에 의한 것인지에 따라 접근해야한다는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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