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 속 아이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밝은세상 |
“이탈리아 기업가의 상속녀 오리아나 디 피에트로, 괴한에게 피습.”
30억유로를 물려받은 상속녀 디 피에트로는 젊은 시절 모델로 활동할 정도로 빼어난 외모에다가 분쟁 지역에서 종군기자로 활동했고, 집안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시작한 출판 사업도 성공시키는 등 어느 하나 부족할 게 없는 ‘다이아몬드 수저’다. 그런 그가 프랑스 칸의 레렝 제도 해상에 정박한 요트 ‘루나 블루호’에서 괴한에게 피습을 당한 후 열흘 간 사경을 헤매다 결국 사망한다.
프랑스의 베스트셀러 작가 기욤 뮈소가 돌아왔다. 데뷔 20주년 기념작인 장편 소설 ‘미로 속 아이’를 통해서다. 2004년에 출간된 그의 두 번째 소설 ‘그 후에’부터 매년 나왔던 19권의 소설을 모두 베스트셀러 1위 자리에 올려놓은 그가 ‘미로 속 아이’까지 독자들의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소설은 주인공인 디 피에트로의 살해 사건으로 시작한다. 미모의 이탈리아 상속녀가 프랑스 해상에서 사망한 사건이다 보니 양국 모두 초미의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을 터. 하지만 도통 단서를 잡기 어렵다 보니 사건을 담당한 니스경찰청 소속 쥐스틴 팀장은 매일이 지옥같다. 심지어 최근 22년을 함께 한 남편이 32세의 젊은 소아외과 의사와 바람이 나 헤어지는 바람에 머릿 속이 더 복잡해졌다. 1년 여간 시간을 끌어왔던 이 사건은 디 피에트로를 내리 친 둔기가 매력적인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그의 남편인 아드리앙 들로네의 집 요트 창고에 있다는 익명의 제보가 들어오면서 새 국면을 맞는다.
‘서스펜스의 대가’라는 그의 명성답게 뮈소는 사건이 배경이 된 레렝 제도의 해상 지도와 관련 언론 보도, 경찰이 입수한 서류, 쥐스틴 팀장의 사건 수첩 등을 찬찬히 보여주며 독자들을 사건 속으로 끌어당긴다. 이와 함께 사건을 수사하는 쥐스틴 팀장 뿐 아니라 피해자인 디 피에트로, 유력한 용의자인 들로네 등 주요 인물의 다양한 시점으로 디 피에트로가 죽기 1년 반 전부터 사후 2~3년까지 일어난 일들을 나열한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는 소설의 구성 방식 때문에 사건의 흐름을 좇아가기가 다소 어수선할 순 있지만, 서스펜스 소설의 구성으로선 매력적이다.
그렇다보니 마지막까지 범인을 유추하기가 쉽지 않다. 소설 표지의 띠지에 있는 어구처럼 ‘그 누구도 거짓을 말하지 않지만, 그 어디에도 진실은 없기’ 때문이다. 소설 후반부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독자의 예상은 어김없이 빗나간다. 뮈소 역시 신간 출간 기념으로 프랑스 현지에서 한 인터뷰를 통해 “지난 20년 동안 마지막 한 줄에서 모든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고 있었다”고 말할 정도다. 신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