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허치슨”…K-물류 변화 신호탄, 부산에서 쏜다 [비즈360]

국내 최초 컨선 전용 부두
연말 계약종료, 남은 접안예약 10건 미만
부산항은 새 항구서 ‘국제적 허브항만’ 구상
HMM 중심 ‘프리미어 얼라이언스’ 출범시
부산항 중요성 늘어…한진도 터미널 운영


대형 안벽크레인 1호기가 자성대부두에서 바지선에 선적돼 출항을 기다리는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허치슨 포트’로 불려온 국내 최초의 컨테이너선 전용 부두인 ‘자성대부두’가 올해 말 운영을 종료한다. 운용사의 명칭을 딴 이름에서 시작돼 지난 1978년 5만톤 급 컨테이너선 2척을 접안할 수 있는 항구로 문을 연 이후 46년만이다.

자성대 부두가 문을 닫는 것은 ‘국제 허브항만’을 꿈꾸는 부산항이 새도약을 위한 북항 2단계 재개발사업 지역에 부두가 편입됐기 때문이다. HMM이 중심이 되는 새 해운동맹 ‘프리미엄 얼라이언스’(일본 ONE, 대만 양밍)가 미국 정부 등의 승인을 받고, 제미나이(머스크-하팍로이드)의 활동이 본격화되면서 부산항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21일 해운업계 등에 따르면 전일 기준 허치슨 포트의 마지막 스케줄은 오는 30일 오후 2시다. 접안중인 선박을 포함해 운항 스케줄은 10건이 계획돼 있다. 향후 추가적인 일정이 잡힐 가능성도 있지만, 한국허치슨과 부산항만공사와의 임차계약은 올해 말 종료된다.

부산항만공사는 자성대 부두의 화물창고와 컨테이너 야적장 등 일부 기능은 한동안 유지하되, 나머지 부지의 상부 시설물은 연내 철거작업에 들어가 공간을 확보하는 데 힘쓴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확보된 부지는 부산항 완전 자동화 하역 장비를 제작하는 장소로 활용한다. 또한 부두 내에 임시 화물주차장을 만들어 활용한다.

부산항만의 전경 [한국허치슨 홈페이지 갈무리]


이는 반백년 역사를 자랑하는 자성대부두가 사실상 항만으로서의 역할을 상실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자성대부두는 ‘수출 중심’으로 성장한 우리나라의 20세기를 상징해 온 시설 중 하나다.

자성대부두는 1978년 컨테이너선 전용 부두로 개장했다. 광물자원이나 음식물보다는 가공제품과 경중공업 제품이 많았던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목을 감안했을 때, 컨테이너선은 우리 수출을 지탱하는 혈관과도 같은 존재가 됐다. 중요성도 점차 커졌다. 지난 1983년 제2단계 개발사업이 추진되면서 면적이 62만㎡(약 20만 평), 선석은 총 5개(5만톤급 4개, 1만톤급 1개)로 늘어났다. 1997년에는 전 세계 단일 컨테이너 터미널로는 6번째로 누적 처리량 2000만 TEU를 달성하며 위용을 과시했다. 연간 172만2000TEU의 화물을 처리할 수 있는 부산항의 핵심 시설이었다.

자성대 부두가 키워낸 우리 수출산업은 한국을 더욱 부강한 나라로 만들었다. 부산항이 처리해야 할 물동량도 늘어났고, 단순히 항만으로서의 여갈 뿐만 아니라 해양비즈니스와 R&D 분야를 망라하는 종합 해운 서비스의 필요성도 점차 증대됐다. 인천공항의 허브공항으로서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우리나라 제1의 항고인 부산항의 개발 필요성도 높아졌다.

이에 1~2단계에 걸친 부산 북항 재개발 사업이 추진됐다. 지난 2008년 본격적으로 시작된 1단계 사업은 기존 1~4부두와 중앙부두를 관광거점으로 개발하는 작업이 중심이 됐다. 2단계 사업은 자성대부두를 포함한 기존 부산원도심 지역을 포함하면서, 신항과 남항 등 새로운 항구시설을 뒷받침할 업무단지와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삼았다. 2030년 부산엑스포 유치가 무산되면서 2단계 사업계획 수립과 정부 승인 절차가 늦어지고 있지만, 자성대부두의 폐쇄 자체를 막지는 못했다.

지난 27일 최초 이전한 대형 안벽크레인 1호기가 부산항대교 통과후 감만부두 1번선석에 도착한 모습 [연합]


자성대 부두를 운영하던 한국허치슨포트는 앞으로 감만부두와 신감만부두에서 터미널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에 자성대 부두에서 사용 중인 컨테이너 크레인 6기와 하역 장비와 터미널 운영시스템등을 올해 중순부터 꾸준히 이동해왔다.

자성대부두는 문을 닫지만, 부산항의 미래는 밝다. 부산 남구 일대 부두들이 건재하고, 부산신항의 활성화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2045년까지 14조원을 투입, 진해에 새로운 신항도 계획한다.

부산항에는 지난 2019년에는 268개 정기노선이 연결돼 있었지만 지난해 말 287개로 늘어났는데, 이는 싱가포르(318개 노선)에 이어 전세계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중국의 상하이(282개)도 앞지른 숫자다.

당초 우려와는 다르게, 선복량 기준 세계 5위 하팍로이드와 2위 머스크가 결성한 제미나이의 부산항 패싱은 발생하지 않았다. 부산항이 메인허브에서는 제외된 것이 사실이지만, 되레 북미로 가는 노선은 2개가 늘었다. 또한 머스크가 MSC와 함께 2M을 운영하던 시절 운행하지 않던 천진·대련~부산, 칭다오~부산을 잇는 전용 셔틀노선 2개가 추가되면서 환적물량도 30만TEU 정도 증가할 것으로 관측됐다.

지난해 기준 부산항 노선수 [부산항만공사 자료]


HMM 상트페테르부르크호 [HMM 제공]


HMM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해운동맹 ‘프리미어 얼라이언스’와 MSC의 협력체제도 부산항엔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향후 ‘프리미어 얼라이언스’ 신규 협력 서비스 항로는 현재 ‘디 얼라이언스’ 체제의 26개보다 4개 늘어난 30개에 달한다. 부산항 기항 횟수는 현재 13개에서 15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ONE과 양밍이 태평양 북미노선이 취약해 골머리를 앓아온 상황에서, HMM이 운항하는 부산~북미 노선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물류업계도 이에 부산항에서의 영향력 확대에 더욱 고심하고 있다. 국내 최대의 컨테이너터미널 운영사인 ㈜한진은 자회사인 한진부산컨테이너터미널을 통해서 물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직접 해운사와 접촉을 통해 항만에서의 신규 해운사 유치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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