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 안정 총력전 나섰지만…여전히 高高한 환율
성장률 더 떨어지는데, 어려워지는 선제 기준금리 인하
외환당국 대책에도 환율이 안정을 되찾지 못하면서 경기 부양을 위한 선제적 기준금리 인하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 [연합] |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외환당국의 환율 안정 총력전에도 외환시장이 쉽사리 진정되지 않으면서 선제적 금리 인하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성장률이 예상보다도 더 떨어지는 상황을 감안하면 금리인하가 절실하지만, 고환율 상황에서 사실상 원화 가치 절하를 불러 올 금리 인하를 선택하기엔 부담이 너무 크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주간거래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20일 1451.4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0.5원 하락했다. 환율은 1450.0원으로 출발한 뒤 등락을 거듭한 환율은 오후 한때 1452.3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틀 연속 1450원대의 고환율을 지속한 것이다.
외환당국의 갖은 노력에도 환율은 좀처럼 안정세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전날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국내은행의 경우 50%에서 75%로, 외국은행 지점은 250%에서 375%로 상향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선물환 포지션이 확대되면 외환 거래가 늘어나면서 국내 시장에 외화 자금이 늘어나게 된다. 은행 입장에선 외화유동성을 수월하게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최근 연이어 대책을 발표했다. 19일엔 외환 당국과 국민연금공단의 외환 스와프 한도를 기존 500억 달러에서 650억 달러로 증액했다. 만기는 2025년 말까지 연장했다. 국민연금이 달러가 필요할 경우 외환보유고에서 달러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달러 수요를 줄였다.
그러나 미국이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소식을 이겨내진 못 했다. 달러 가치가 치솟으면서 백약이 무효한 모양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지난 18일(현지시간) “금리 추가조정 속도를 늦추는 게 적절한 시점에 도달했거나 부근에 도달했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강조했다.
환율이 안정되지 못하면 금리 인하의 문턱은 더 높아진다. 금리 인하는 사실상의 통화가치 절하를 뜻하는데, 원화가 약세인 상황에서 택하긴 매우 어려운 선택지다. 물가에 미치는 악영향도 있다. 환율이 1430원대만 유지돼도 소비자물가엔 0.05%포인트에 상방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를 부양해야 할 필요가 있는 한은 입장에선 딜레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8일 “올해 경제성장률이 2.1%가 될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고 밝혔다. 비상계엄 사태 여파 등으로 올해 연간 성장률이 기존 전망치 2.2%보다 0.1%포인트 낮아질 것이란 의미다. 다르게 말하면 금리를 내려 경기를 부양해야할 필요성이 커졌다.
결국 한은 금융통화위원들은 내년 1월 13일 통화정책방향 회의 직전까지 환율 흐름과 탄핵 사태에 따른 민간 소비 등 내수 충격 여부를 계속 확인하며 치열한 논쟁을 거칠 전망이다. 이창용 총재는 지나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선제적으로 인하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일단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부인했지만, 전반적 경기 부양 필요성에는 공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