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기,“‘동네 한 바퀴’ MC 하며 사람의 가치 느꼈다”

이만기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아날로그 감성 로컬기행 다큐멘터리 KBS1 ‘동네 한 바퀴’가 300회를 맞았다. 2018년 7월 첫방송된 ‘동네 한 바퀴’는 우리가 잊고 살았던 동네의 가치를 재발견해준다는 프로그램의 취지가 잘 발휘되고 있다. 시청률도 5%대 정도로 높게 나온다.

‘동네 한 바퀴’는 300회를 맞아 오는 21일부터 ‘재외동포 특집 2부작, 중앙아시아를 가다’를 방송한다. 1부에선 카자흐스탄의 알마티를 방문하고, 2부에선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를 방문해 우리의 이민사를 잘 볼 수 있는 중앙아시아 재외동포의 삶을 조명한다.

20일 KBS 본관에서는 ‘동네 한 바퀴’ 300회 특집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윤진규 PD와 MC로 활약 중인 이만기가 참석했다. 이만기는 2022년 7월 배우 김영철에 이어 MC를 맡아 2년5개월간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아왔다. 다음은 방송인 이만기와의 인터뷰.

-‘동네 한 바퀴’ MC로서 어떤 색깔을 추구하는가?

▶처음 ‘동네 한 바퀴’ MC를 맡았을 때는 김영철 선생님 캐릭터가 셌다. 그래서 초기에는 이만기의 색깔을 어떻게 입힐까가 중요한 게 아니고 그 좋은 프로그램을 어떻게 이어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설렘을 동시에 지니고 있었다.

김영철 선생님은 배우니까 따라가려면 어렵다. 한동안 고생을 많이 했다. 따라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포근하고, 다정하며,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며 연세 드신 어머님과 공감대 형성하는 게 나만의 강점이자 다른 프로그램과 큰 차이점이다.

맛집만 가는게 아니고 많은 사연이 있다. 가족들의 애틋한 이야기, 성장하면서 힘든 이이기. 그 분들이 있었기에 우리나라가 이렇게 살아간다. 우리나라 자영업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힘든 사람들이 많다. 애환도 들어보고, 휴먼 이야기도 나눈다. 그 분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윤진규 PD와 MC 이만기


-힘든 점은 없는가?

▶체력 걱정은 안한다. 운동선수 출신이다. 제일 힘든 것은 음식이다. 제가 가리는 게 많다. 양고기를 못먹는다. 우즈베키스탄에서 PD님이 한번 맛있게 먹어달라고 해서 죽는 줄 알았다.

-중앙아시아에서 ‘동네 한 바퀴’를 찍은 소감은?

▶통역 문제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부차적이었다. K팝이 이렇게 유명한지 이번에 알았다. 한국음식 등 한국을 배우려는 열정이 말이 안통하더라도 충분히 이해됐다. 대한민국 정서가 깔려있어 좀 더 쉽게 접근이 가능했다. 고려인들이 한국을 그리워하고 있었으며, 쉽지 않는 상황이더라. 같은 민족인데. 히잡을 쓰고 태권도를 하고 K팝에 맞춰 춤을 추며, 한철수라는 이름을 가진 우즈베키스탄 사람도 만났다. 내가 영희는 어디 있냐고 하니까 집에 있다고 하더라. 이들의 한국말, 한국노래, 한국문화는 더 멋있어 보였다.

카자흐스탄의 위도가 우리와 비슷해 배추를 재배해 만든 김치 맛이 엄청나게 좋았다. 역시 뿌리는 대한민국이더라. 이런 동포들을 따뜻하게 보듬고, 안아줬으면 좋겠다.

-‘동네 한 바퀴’ MC로 많은 사람을 만나며 느낀 것은?

▶삶의 가치를 느꼈다. 목포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92세 어머니가 좋은 말씀을 해주셨다. 인생 경험을 못한 사람은 할 수 없는 철학적 이야기다. 남에게 자존심을 높이지 말고 나에게 자존심은 1천도 좋다는 말씀이었다. 신한군의 아버님은 아내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아내가 사망하자 자신의 밭에다 산소를 만들었다. 매일 아침 청소하며 아내의 삶을 돌아보시며 성지순례까지 하신다. 이 모습을 그냥 들어보는 게 아니고, 이런 삶을 통해 부부의 정을 녹여준다. 그게 동네 한 바퀴의 진정한 가치다.

‘동네한바퀴’ 배용화 CP, 방송인 이만기, 윤진규 PD(왼쪽부터)


-발품을 팔아가며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구체적이고, 정겹다

▶사실 고생은 제작진이 많이 한다. 저는 따라가면 된다. 자장면을 안먹어본 90대 어머니에게 짜파게티를 만들어드린 점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작년 갔던 브라질에서 만난 분은 부산항에서 2달반동안 배를 타고와 농작물을 재배하다 쫄딱 망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바느질 해서 돈을 벌었다고 한다. 동포분들이 코리아 타운도 만들었다. 이분들과도 더불어 사는 삶을 살고싶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해달라

▶‘동네한바퀴’가 많은 사람에게 동네의 등불같은 따뜻한 프로그램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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