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정협의체’ 뜬다…출범·운영엔 험로 예고 [이런정치]

與 “민생·안보 위한 여야정협의체 참여키로”
이해관계 맞은 여야, 의장실 중심 실무협상
각종 쟁점 변수…野 ‘한덕수 조기 탄핵’ 압박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기념촬영 후 고위당정협의회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진·양근혁 기자] 정치권이 국정 공백을 논의할 ‘여야정협의체’를 띄우는 데 합의했다. 거대 야당의 협조 없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없다는 정부·여당의 판단과, 탄핵 정국에서 수권 정당으로서 존재감을 각인시키려는 야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다만 쟁점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국정 운영 주도권을 둘러싼 신경전이 불가피해, 출범 뿐만 아니라 운영 과정에서도 진통이 예상된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생과 안보 협의를 위한 여야정협의체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앞서 열린 국정안정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당정은 여야정협의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우원식 국회의장이 여야정이 참여하는 협의체 출범을 각각 제안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권 권한대행은 이번 결정을 “의장이 제안한 것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권 권한대행은 앞서 이 대표의 제안을 “국민의힘은 여전히 여당”이라고 거절한 바 있어, 민주당에 국정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신경전의 연장선으로 해석됐다. 여야는 국회의장실을 중심으로 참석자와 의제를 협의할 계획이다.

정부·여당은 12·3 비상계엄 사태 및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국정 정상화를 위해 거대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공석이 된 국방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 경찰청장 임명 문제가 대표적이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만큼 다수 의석을 지닌 야당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도 여야 협치 필요성을 강조한 발언이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권 권한대행도 당정협의회에서 “권한대행께서는 안보와 치안 유지가 국정 회복의 첫 걸음이라는 각오로 두 장관에 대한 임명을 조속히 결단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겠다”라고 말했다. 김대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도 기자들을 만나 “여야가 빠른 시일 안에 협의를 해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협의체 출범이 한 권한대행 체제에 가해지는 민주당의 ‘탄핵’ 압박을 덜어내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최근 양곡관리법 등 6개 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한 권한대행을 상대로 탄핵소추안 발의 카드를 검토 중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야정이 모두 ‘한 배’에 타게 되면 민주당도 쉽게 탄핵 카드를 꺼내기 어렵고, 거부권을 유도하는 (야당 주도) 법안 발의도 줄어들지 않겠나”라고 봤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현안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민주당으로선 협의체 성과를 바탕으로 수권 정당 면모를 강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재명 대표가 앞서 최소한 경제·민생 분야에서라도 여야정 협치 필요성을 강조한 것도 같은 이유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는 협의체 출범 시 민주당이 ‘이재명 예산’으로 불리는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을 포함한 내년 초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을 요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야권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내란 상설특검 추천 여부, 내란 일반특검법과 네 번째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문제,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할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 문제 등 산적한 쟁점 현안은 걸림돌이다. 이로 인해 협의체 출범이 지연되거나, 출범되더라도 조기 파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은 20일 의원총회 직후 한 권한대행에 대한 ‘조기 탄핵’ 추진 가능성을 언급하며 압박 수위를 높인 상태다. ‘오는 31일까지 내란 일반특검·김건희 특검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한 권한대행을 압박하는 차원이다. 조기 탄핵 여부를 결정할 주요 조건으로는 ‘상설특검 가동’을 내걸었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한 권한대행은 (법에 따라) 이틀 이내에 결정해야 한다”라며 “그것이 조기 탄핵 여부의 중요한 과정이 될 것이란 말씀을 드린다”라고 말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