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일렉트릭 HVDC 변압기 수주…효성重도 개발 성공
HVDC AI 시대 더욱 주목 받아
대용량 송전 가능하고 전력 효율성 높아
글로벌 HVDC 시장 25조원 이상 성장 전망
[챗GPT 이용해 제작한 이미지] |
[헤럴드경제=한영대·박혜원 기자]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이 시장 게임체인저인 ‘초고압직류송전(HVDC)’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AI),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확대 영향으로 전력기기 수주가 늘어나고 있지만, 일찌감치 신기술을 선점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전달해 주는 HVDC 기술의 성장 가능성이 큰 만큼 전력기기 기업들은 시장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은 2026년 개발 완료를 목표로 HVDC 차단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HVDC는 초고압 전류의 송배전 방식을 교류(AC)에서 직류(DC)로 변환하는 기술이다.
HVDC 기술을 차단기에 우선 적용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차단기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눈여겨 본 것이다. 차단기는 송전된 전력을 배분 및 공급하는 전력기기이다. 전력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주로 후반부에 설치된다. 현재는 인프라 건설 당시 초기에 설치되는 전력기기 중 하나인 변압기 발주가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향후에는 차단기 주문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LS일렉트릭의 초고압직류송전(HVDC) CTR . [LS일렉트릭 제공] |
LS일렉트릭은 국내 최초로 HVDC 변압기 상용화에 성공, 제품 수주에 나서고 있다. 지난 2일에는 한국전력과 제너럴일렉트릭(GE) 합작사인 카페스에 HVDC용 CTR 40대를 5610억원에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CTR은 AC를 DC로 변환하는 전력장치와 연결해 전력을 전달하는 변압기이다. LS일렉트릭은 HVDC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올해 초 글로벌 전력기기 기업인 GE 베르노바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효성중공업은 올해 7월 전압형 HVDC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전압형 HVDC는 전류형 HVDC 대비 실시간 양방향 전력 제어가 자유롭다. 효성중공업은 HVDC 기술을 전력기기에 적용하고 있다.
HVDC 관련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 설치된 전력 인프라망 및 전력기기 대부분 교류로 초고압 전력을 송배전하는 HVAC 기술이 적용돼 있다. HVAC는 HVDC보다 설치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설치 비용이 비싼 HVDC는 연구개발 난도도 높아 글로벌 전력기기 업체들도 쉽사리 개발을 시도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이 HVDC에 관심을 갖는 배경에는 AI가 자리잡고 있다. AI 성장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데이터센터로 대표되는 AI 인프라를 24시간 구동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 DC는 AC와 비교했을 때 장거리 대용량 송전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전력 효율성이 10% 이상 높다.
시장조사업체 베리파이마켓리서치는 글로벌 HVDC 시장이 지난해 113억달러(16조원)에서 연평균 6.68% 성장, 2030년 178억달러(26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력기기 업체들 입장에서도 새 기술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다. 전력기기는 제품 평균 수명이 최대 40년인 만큼 산업 사이클(순환주기)이 긴 업종이다. 최근 AI,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확대 영향으로 발주가 늘어나고 있지만 일정 시기가 지나면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급 실적을 달성하고 있는 전력기기 업체들은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 시장 규모를 키울 수 있는 새 모멘텀이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HVAC가 주류이지만 향후에는 HVDC 시장이 확실히 성장할 것”이라며 “현재 흐름을 살펴봤을 때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HVDC 시장이 먼저 개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