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도 오픈런” 샤넬 마크다운이 뭐길래?

“40% 할인” 입소문에 품귀…내년에도 명품 가격인상 계속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36 사이즈는 행사 첫날에 다 나갔어요. 거의 빠지고 진열된 제품들이 라스트 피스라고 보시면 돼요.”

20일 오후 서울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의 샤넬 매장 한편에 진열된 신발 제품들을 둘러보고 있는 기자에게 직원이 이같이 말했다. 이날 샤넬 매장에는 ‘마크다운’(가격 할인) 제품을 찾는 고객들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었다. 찾는 제품이나 사이즈가 없어 발길을 돌리는 고객도 있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은 이달 5일부터 VIP 고객, 11일부터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하반기 마크다운 행사를 진행 중이다. 인기가 많은 가방을 제외하고 의류, 신발, 주얼리 등 일부 이월 제품들을 40%가량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행사다.

이번 행사는 시작 전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할인 대상 품목이 예전보다 많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할인가에 샤넬 제품을 구매하려는 고객들이 일찌감치 몰렸다. 일반 고객 대상으로 할인이 시작된 11일에는 SNS에 “오랜만에 ‘오픈런’을 했다”, “아침에 대기번호를 받고 기다리다 지쳐 돌아갔다”, “찾는 제품이 다 떨어져 다른 매장을 가보려 한다”는 등 후기 글이 올라왔을 정도다.

업계에선 이번 샤넬 마크다운 쇼핑 행렬을 놓고 명품 소비 열풍이 일었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수준은 아니지만, 여전한 인기를 방증하는 대목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또 명품 브랜드들의 릴레이 가격 인상 와중에 진행된 할인 행사라 더욱 수요를 자극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명품 수요가 의류·가방 위주 브랜드보다 주얼리·시계 브랜드로 옮겨가는 추세다. 주요 명품 브랜드들은 구매 증가가 아닌 가격 인상 영향으로 매출을 유지하는 상황”이라며 “그래서 연말 할인 행사에 더 소비자들의 관심이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주요 명품 브랜드들은 인기가 많은 제품 가격을 수시로 인상하고 있다. 샤넬은 올해 4차례에 걸쳐 인기 가방 제품과 주얼리, 시계 등의 가격을 올렸다. 대표 제품인 클래식 플랩백 스몰 사이즈는 1390만원에서 1497만원으로, 미디움 사이즈는 1450만원에서 1557만원이 됐다. 라지 사이즈는 1570만원에서 1678만원으로 6.87% 인상됐다. 루이뷔통, 에르메스 등도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명품의 꾸준한 인기와 비쌀수록 잘 팔리는 ‘베블런 효과’ 등으로 가격 인상은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에르메스, 티파니앤코 등 일부 브랜드는 내년 1월에 가격을 조정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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