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딩도 HBM 알더라” 지겹게 들린 이유 있었네…내년 메모리3사 희비도 가른다 [김민지의 칩만사!]

올 한해 ‘뜨거운 감자’ HBM
메모리3사 실적 희비 가를 핵심
SK하이닉스, HBM 매출 비중 40%
내년 범용 D램 침체에도 선방 예상
삼성·마이크론, 실적 악영향 불가피


지난달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 26회 ‘반도체 대전 SEDEX 2024’에서 참가자들이 SK하이닉스 부스에 전시된 HBM을 관람하고 있다. [연합]


<김민지의 ‘칩(Chip)만사(萬事)’!>

마냥 어려울 것 같은 반도체에도 누구나 공감할 ‘세상만사’가 있습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 주요 국가들의 전쟁터가 된 반도체 시장. 그 안의 말랑말랑한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촌각을 다투는 트렌드 이슈까지, ‘칩만사’가 세상만사 전하듯 쉽게 알려드립니다.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최근에 금융투자업계에 종사하시는 지인 분을 만났습니다. 그분께서 “중학교에 경제투자 관련 강의를 나갔는데, 한 학생이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해 물어보며 삼성전자 주가 방향에 대해 물었다”고 말하시더군요. 반도체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다는 건 알았지만, 중학생까지 HBM과 같은 용어를 알고 있다니, 새삼 놀라웠습니다.

올 한해 국내 반도체 뉴스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건 단연 HBM일 겁니다. 지겹도록(?) HBM의 중요성이 강조됐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은 HBM에 울고 웃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런 ‘HBM 파워’는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입니다. 특히, 올 4분기부터 범용 D램을 포함한 전반적인 메모리 시장이 단기 침체에 빠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HBM 매출 비중이 높은 회사와 그렇지 못한 회사의 차이는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칩만사에서는 HBM을 둘러싼 메모리 3사의 내년 상반기 전망을 찬찬히 뜯어보겠습니다.

HBM 매출 2배 늘어도 낮은 비중이 발목
범용 D램 침체 상쇄 ‘역부족’


지난 18일(현지시간) 마이크론은 2025년도 1분기(올 9~11월) 실적 발표를 통해 매출이 87억1000만 달러(약 12조62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84%, 직전 분기 대비 12%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21억7400만 달러, 순이익 18억7000만 달러로 둘다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전분기 대비로도 늘었습니다.

마이크론 HBM [마이크론 홈페이지]


눈에 띄는 건 HBM 매출이었습니다. 마이크론은 1분기 HBM 매출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고, HBM을 포함한 데이터센터용 매출(HBM 포함)은 1년 새 400% 이상 성장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데이터센터용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50%를 넘어섰습니다.

그러나 장 마감 후 마이크론 주가는 15% 넘게 빠젔습니다. 다음 분기, 즉 2025년도 2분기(올 12월~내년 2월) 매출·순익 전망치가 증권가 예상치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올 4분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단기적으로 PC, 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범용 메모리 시장의 침체가 예상됩니다.

마이크론의 HBM 매출 자체는 늘었지만, 아직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습니다. 때문에 여전히 범용 D램을 포함한 소비자용 메모리 판매 감소에 실적이 휘청거릴 수밖에 없는 겁니다.

마이크론은 자사의 HBM 경쟁력을 강조하며 내년 열릴 6세대 HBM4 개발에도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마이크론은 “HBM4는 전력 효율성을 유지하면서도 HBM3E 대비 50% 이상 성능을 향상시킬 것으로 예상한다”며 “2026년 대량 생산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SK하이닉스의 16단 HBM3E [연합]


HBM 비중 따라 상반기 실적 갈릴 전망
“엔비디아 B300, HBM 콘텐츠 50% 더 많아”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까지 메모리 3사의 실적은 HBM이 가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HBM 공급 과잉은 시기상조라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범용 메모리 쪽은 당분간 재고 조정과 트럼프 정부에 대한 불확실성 우려 때문에 내년 상반기까지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HBM은 AI 시장 성장세가 아직 유효하기 때문에 지속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SK하이닉스의 경우 내년 상반기 HBM 매출 비중이 50%에 육박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실적이 선방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HBM 매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삼성전자나 마이크론은 범용 D램 가격 하락 등에 좀 더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HBM 매출 비중을 전체 D램의 20%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HBM 시장 확대는 내년까지 순조롭게 이어질 전망입니다. 엔비디아는 이르면 내년 2분기부터 블랙웰 울트라(B300)을 출시하는데, 여기에는 12단 HBM3E가 8개 탑재됩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올해 6월 대만 국립 타이베이 대학교 스포츠센터에에서 열린 컴퓨텍스 기조연설에서 차세대 GPU 블랙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민지 기자


노 센터장은 “B300은 B200 대비 HBM 콘텐츠가 50% 증가하는 제품으로 SK하이닉스의 HBM3E 12단 제품이 탑재되면서 HBM 비중은 더욱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며 “B300의 출시 지연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미 SK하이닉스는 HBM 수요 증가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금융투자업계는 내년 SK하이닉스 HBM 생산량은 웨이퍼 기준 월 20만장까지 늘어날 것으로 분석합니다. 올해 기준 월 13만장 정도로 추정되니, 50% 정도 더 증가하는 것이지요. 범용 D램이나 낸드 제품을 생산하던 라인을 최대한 HBM 전용으로 돌리고 있는 겁니다.

이렇게 HBM에 생산이 쏠리면 자연스럽게 범용 D램 가격도 오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메모리3사의 생산능력은 한정돼있으니, HBM 생산이 늘어나면 ‘풍선효과’로 범용 D램 생산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범용 D램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시장이 반등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는 겁니다.

마이크론은 실적 컨콜에서 내년 HBM 전체시장 규모(TAM)를 기존 추정치 대비 20% 상향한 300억달러로 내다봤습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전세계 D램 매출 중 HBM 비중은 2023년 8%, 2024년 21%에 이어 내년 30%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생산량을 의미하는 D램 비트 용량에서도 HBM 비중은 2023년 2%, 2024년 5%에서 내년 10%를 넘을 것이란 관측입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