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차기 대권을 바라보는 국민의힘 잠룡들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와 관계없이 차기 대권 경쟁 가능성에 대비해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모양새다.
여권에서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돼 온 한동훈 전 대표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일단 가시권에서 멀어진 만큼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 등 중량급 인사들의 행보가 두드러진다.
홍 시장은 탄핵 국면에서 일관되게 ‘탄핵 반대’ 목소리를 내며 핵심 지지층을 겨냥한 행보를 해왔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윤 대통령 혐의는 내란죄가 아닌 직권남용죄 정도”라면서 탄핵에 찬성한 일부 친한(한동훈)계를 겨냥, “탄핵 찬성 전도사들은 당원권 정지 2년 정도는 해야 당의 기강이 잡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좌파들의 집단광기가 진정되면 나라는 다시 정상화될 것”이라며 “아무리 그래도 대한민국 국민들이 범죄자, 난동범을 대통령으로 만들겠나”라고 민주당과 이 대표를 겨냥해 비난 목소리도 높였다.
홍 시장이 지난 19일 페이스북에서 “트럼프, 시진핑, 김정은을 상대할 사람은 대한민국에 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대권 도전 의사를 드러냈다.
오 시장은 중도층·수도권 민심까지 고려한 듯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다가 막판 찬성 입장으로 선회했다. 그는 지난 12일 페이스북에서 “이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결단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이 탄핵소추를 통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탄핵안 가결 이후엔 “지금은 편 가르기를 할 때가 아니다”라며 여당의 분열 양상을 경계했다.
오 시장은 민주당에 대해선 “계엄에는 반대하지만 ‘대통령 이재명’도 수용할 수 없는,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국민이 훨씬 많다”거나 “상왕 놀이에 심취한 이재명 한 명의 존재가 한국 경제와 정치의 최대 리스크”라고 말하는 등 야권을 정조준했다.
다만 홍·오 시장의 경우 이른바 ‘명태균 의혹’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어 리스크를 지고있다.
홍 시장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전혀 관계가 없으니 아무 걱정할 것이 없다”고 명 씨와의 연관성을 강력히 부인했다. 오 시장 역시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명 씨에 대해 “두 번 만난 것이 기억난다”며 “그 이후 연락하거나 의견을 주고받을 일도 없었다”며 선을 그었다.
유 전 의원의 경우 일찌감치 ‘헌법에 따른 탄핵’을 주장하고, 여권에 자성과 쇄신을 강조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과 줄곧 각을 세워온 점을 내세워 차별화를 시도하는 셈이다.
그는 지난 16일 CBS 라디오에서 “지금 분열하면 우리 당은 끝장”이라며 “이대로 가다 가는 당이 정말 탄핵의 늪에 빠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전날에는 “이 당을 바꾸고자 하는 열망이 엄청 강하다”며 당 개혁에 의지를 드러냈다.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후 침묵을 이어가고 있는 한 전 대표의 재등판도 여권의 차기 대권 경쟁에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인용될 경우 한 전 대표의 ‘탄핵 찬성’ 주장이 재조명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