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많은 의원들이 ‘원톱’ 전달”
이번주 초 지명…사실상 권성동 결단
권성동(왼쪽 두 번째)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 국민의힘이 비대위원장 인선을 놓고 설왕설래를 반복하고 있다.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를 각각 두는 ‘투톱 체제’에 힘이 실리는가 싶더니,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직접 ‘원톱 체제’의 불씨를 되살렸다. 당내 계파 갈등을 봉합하고 민심을 회복해야 하는 시기에 여전히 내부 권력투쟁에 골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여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인선은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동훈 전 대표가 두 번째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에 책임을 지고 지난 16일 전격 사퇴하면서 이날로 국민의힘의 ‘지도부 공백’은 일주일째를 맞았다. 일주일간의 토론과 의견수렴에도 국민의힘은 원내대표의 비대위원장 겸직 여부조차 매듭짓지 못했다.
특히 권 권한대행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많은 의원들이 제게 ‘원톱으로 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말씀을 개인적으로, 그룹으로 전달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비대위원장 지명권을 가진 결정권자이자, 원톱 체제의 후보인 권 권한대행 스스로가 선수별로 취합한 의원들의 후보 추천안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발언을 한 셈이기 때문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9일 오전 국회 본청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중진 의원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
국민의힘은 두 차례 의총에도 구체적인 후보군을 좁히지 못하면서 선수별 후보추천을 도입했고, 지난 19~20일 초선부터 4선 이상 중진까지 따로 모임을 갖고 후보군을 추리는 데 머리를 맞댔다. 선수별로 의원들은 5선 이상의 원내 중진 의원이 비대위원장을 맡는 ‘투톱 체제’로 의견을 모았다. 권 권한대행을 제외한 후보군으로는 5선의 권영세·나경원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4선 의원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난 박대출 의원은 “여러 가지로 당의 안정을 위해서는 투톱이 더 낫지 않겠느냐 하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김석기 의원도 3선 의원 회동 후 “(권 권한대행이) 혼자서 할 경우 업무가 과도하고, 비대위원장이 당 대표 역할을 해야 하므로 투톱으로 가는 게 맞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재선 회동 후 권영진 의원은 “지도부 부담과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명백히 역할을 분담하며 서로 협력 체제를 구성하는 원내대표와 비대위원장으로 가자는 의견”이라고 했다.
한 수도권 지역구 의원은 “원내의 현안은 원내대표에게 맡기고, 비대위원장은 외부로 눈을 돌려야 한다”며 “민심 수습과 지지율 회복 등 당의 힘을 키우는 데 몰두해야 한다”고 투톱 체제 필요성을 역설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비대위원장 선임에는 권 권한대행의 결단만이 남았다는 이야기가 당 안팎에서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중진 의원들이 원내대표도 뽑고 비대위원장까지 뽑냐는 말이 나올 수 있어 부담스러우니 선수별 의견 취합한다고 한 것 아니겠느냐”며 “초선 및 재선 의원 중에서 친윤계 중진 의원들과 결을 같이 하는 의원들이 있고, 그들이 큰 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비대위원장은 어수선한 당을 수습하는 동시에 등 돌린 민심을 회복해야 하는 막중한 역할이 주어진다. 탄핵 심판, 헌법재판관 임명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추가경정예산과 민생 안정 등 현안이 쌓여있는 데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인용 시 두 달 간의 조기 대선까지 이끌어야 한다. 국민의힘 당헌상 비대위원장은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 당 대표 권한대행이 임명한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이번 주 의원총회를 열고 비대위원장을 지명하겠다는 계획이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9일 오전 국회 본청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중진 의원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