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불명예 퇴역 ‘민간인 OB’들에 속수무책 휘둘려
야권 “현역장교 70여명 정보사 수사 2단 연루” 주장
軍내 “어느 선까지 연루됐는지 파악도 어려워” 한탄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비롯한 민간인이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계엄 사태 비선 기획자로 지목된 노 전 사령관은 전역 후 ‘점집’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 |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비롯한 민간인이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23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비상계엄을 막후에서 기획한 것으로 지목받고 있는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수개월 전부터 계엄사령부에 ‘정보사령부 수사 2단’을 설치한다는 구상 아래 요원 선발까지 모의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노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선포를 이틀 앞둔 지난 1일에는 경기도 안산의 한 햄버거 패스트푸드점에서 문제의 ‘1차 햄버거 회동’을 갖고 문상호 정보사령관과 역시 정보사 소속 정모, 김모 대령 등과 함께 부정선거 의혹을 빌미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 등을 논의했다.
회동에 참석했던 정 대령은 변호인을 통해 공개한 진술에서 선관위 명단 확보, 실무인원 편성, 선관위 직원 통제 방법 등 내란 실행준비단계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행동계획을 협의하고 준비했다고 밝혔다.
케이블타이와 마스크, 두건 등을 활용해 선관위 직원들의 자유를 박탈하는 방안도 검토했다는 충격적인 내용도 고백했다.
노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8시간가량 앞둔 ‘서울의 밤’ 당일 오후에는 같은 햄버거 패스트푸드점에서 김용군 전 국방부조사본부 수사단장과 구삼회 육군 제2기갑여단장 등과 ‘2차 햄버거 회동’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2차례 햄버거 회동에 모두 참석한 것은 노 전 사령관이 유일하다.
노 전 사령관은 1차 회동에서 정보사 후배들을 가담시킨데 이어 2차 회동에서는 군사경찰 업무를 관장하는 조사본부를 끌어들이려 한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는 2차 회동에서 계엄에 성공했을 때 합동수사본부 내 수사 2단을 설치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직속 조직으로 구 여단장이 단장을 맡고 정보사와 조사본부 인원으로 팀을 구성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노 전 사령관이 정보사, 김 전 수사단장이 조사본부를 맡았을 것이란 관측도 뒤따른다.
일각에선 계엄 당시 ‘군 체포조’ 운용에 대해 논의했을 것이란 얘기도 흘러나온다.
이와 관련 김 전 수사단장은 2차 햄버거 회동 뒤 현직 국방부 조사본부차장인 김모 대령을 서울에서 따로 접촉해 저녁식사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김 대령은 12·3 비상계엄이 무산된 뒤에는 조사본부가 자체적으로 계엄 관련 조사를 위해 꾸린 TF장을 맡기도 했다.
현재 조사본부차장은 박헌수 조사본부장과 함께 업무에서 배제된 상태다.
또 구 여단장은 2차 회동 뒤 경기 성남시 판교 정보사 100여단에서 대기한 것으로 알려져 비상계엄 사태가 확산됐을 경우 전차와 장갑차 등을 투입하려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방정환 국방부 정책기획차장 역시 당시 판교 정보사로 향했다.
야권은 방 차장과 구 여단장을 포함한 무려 70여명의 현역 장교들이 정보사 수사2단에 연루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군 안팎에서는 “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이기도 하지만 자체적으로 계엄에 누가 관여했고, 어느 선까지 연루됐는지 파악하기조차 어려운 형편이다”, “계엄 관련 보고가 올라와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자조섞인 한탄이 쏟아진다.
이와 함께 비상계엄 사태에 있어서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불명예스럽게 군복을 벗은 ‘민간인 OB’들이 사실상 군부를 좌지우지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노 전 사령관은 2018년 육군정보학교장 시절 부하 직원을 수차례 강제 추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복역했다.
그는 경북 문경 출신으로 대전고를 졸업한 뒤 1981년 육사 제41기 ‘신입생 수석합격자 노용래(盧龍來)’로 언론에 보도됐으며, 군 복무 기간 중 지금의 이름으로 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전 대령은 2012년 대선 당시 국군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 사건 축소 은폐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는 김 전 장관이 물러난 뒤 장관 직무대행을 맡은 김선호 국방부 차관이나 현역 군 서열 1위인 김명수 합참의장이 12·3 비상계엄 사태 전후 과정에서 사실상 ‘패싱’됐던 것과 대비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