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면세점 임대료 산식’ 관련 문구 삭제 예고
면세점들은 적자에 ‘울상’…특허수수료 인하 요구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면세점 모습. [뉴시스] |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인천국제공항이 입점 면세업체들에 대한 ‘스마트(온라인) 면세점’ 임대료 감면에 나선다. 대기업 면세점이 분기별 수백억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 임대료 부담으로 철수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자 한 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경기 침체와 고환율·면세점 이용객 감소로 ‘3중고’를 겪는 면세점 업계는 임대료 감면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주 입점 면세업체들에 스마트 면세점 임대료 감면 의향을 담은 공문을 보냈다. 공항공사는 “인천공항 T1 및 T2 면세사업권(DF1·2·3·4·5·8·9) 운영사업 중 희망 사업권에 한해 스마트 면세서비스를 통한 온라인 매출을 오프라인 운영매장의 매출에 통합해 객당 임대료와 영업료를 비교 징수하는 임대료 체계로 변경하고자 한다”고 적었다.
스마트 면세점은 공항공사가 내년에 출범할 예정인 온라인 면세점이다. 대기업 면세업체들이 운영하는 온라인 면세점과 별도로 운영된다. 일반 온라인 면세점은 항공기 3~4시간 전까지 구매할 수 있지만, 스마트 면세점에서는 공항 이용객이 탑승 30분 전까지 면세품을 구매할 수 있다. 여객 수 급증으로 출입국 심사가 지연되는 상황에서 면세점 이용 가능 시간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공문에 따르면 공항공사는 온·오프라인 통합 입점 계약서에 명시된 ‘스마트 면세서비스 임대료 산식’ 등 관련 문구를 삭제할 방침이다. 애초 공항공사는 스마트 면세점 출범을 앞두고 임대료 산식을 별도로 정할 예정이었다. 스마트 면세점에서 구매한 여객 수를 따로 집계해 임대료를 부과하는 식이다. 면세점 입장에서는 오프라인 면세점에 더해 스마트 면세점 임대료까지 이중으로 부담하게 돼 우려가 컸다.
하지만 스마트 면세점 임대료를 오프라인 면세점에 통합하게 되면, 이중 부담에 대한 우려를 덜 수 있다. 공항공사는 현재 오프라인 면세점에 대해 ‘여객 수 연동 임대료’를 부과하고 있다. 통합 임대료를 여객 수에 따라 한꺼번에 산정하게 되면 사실상 스마트 면세점 임대료는 감면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공항공사는 ‘현 임대료 부과체계 유지’와 ‘통합임대료로 변경’ 중 하나를 선택해 사업권별로 회신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회신 기한은 오는 27일이다. 업계에서 스마트 면세점 임대료에 대한 우려가 많았던 만큼, 통합임대료 방식으로 변경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공항공사의 이 같은 결정은 면세업계가 환율 상승과 글로벌 경기 부진 등으로 어느 때보다 우울한 연말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공항공사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인천국제공항에 입점한 면세점들은 수백억대 적자를 기록했다. 업체별 적자는 신라면세점 387억원, 신세계면세점 162억원, 현대면세점 80억원 수준이다.
업계 대부분은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상 스마트 면세점에 입점한 업체에 임대료를 감면해주겠다는 최종 통보”라며 “신세계, 신라 등 기업에 혜택으로 돌아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준을 통합하면 온라인 면세점에서 발생하는 모든 매출을 오프라인 면세점 임대료 산정 시 모두 포함할 수 있다”며 “화장품에 주력하는 신라, 신세계 면세점은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소·중견 면세 사업자들은 ‘변수’가 될 수 있다. 현재 스마트 면세점과 관련해 대기업은 입점이 의무지만, 중소·중견기업은 권고사항이다. 복수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 면세점 입점을 위한 온라인 면세점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10억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고 말한다.
한편 업계에서는 특허수수료 감면 등 추가 조치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기업 면세업체 관계자는 “업계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사회 환원용의 추가 비용을 걷는 것은 치명타”라며 “제도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