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에 오른 법기술자들의 ‘꼼수송달’

尹 탄핵 서류·李 공선법 항소장 수령 기피
법조계 “일반 국민까지 ‘대중화’될까 우려”


“송달 꼼수는 변호사들은 다 아는 방법입니다. 대대적으로 송달 꼼수가 알려졌으니 앞으로 일반 국민도 같은 방법을 쓰지 않을까요. 재판 지연 꼼수가 ‘대중화’ 될까 걱정됩니다.”(현직 부장판사)

‘송달’이 연일 세간의 입에 오르고 있다. 검사 출신 윤석열 대통령, 변호사 출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때문이다. 법적 절차가 개시되는 걸 막기 위해 문서를 받지 않고 회피하면서 의도적으로 재판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비판이다. 법조계에서는 ‘법 기술자’의 송달 꼼수가 일반인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송달이란 법원 등 국가기관이 공적인 문서를 당사자가 알 수 있도록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송달이 완료돼야 법적인 효력이 발생한다. 기관이 발송한 사실로는 충분하지 않다. 당사자가 이를 인지할 수 있게 적절히 전달됐는지가 ‘송달 완료’ 기준이 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6일 탄핵 심판 청구서를 발송했다. 이어 지난 17일에는 탄핵 심판 입증 계획, 증거조사, 12·3 비상계엄 당일 국무회의 회의록 등에 대한 준비명령도 내렸다. 헌재의 계획대로라면 탄핵 심판 청구서 답변서는 23일, 입증계획 등은 오는 24일까지 도착해야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측이 문서 수령을 회피하면서 불투명해졌다.

사실 이런 ‘송달 회피’ 전략은 암암리에 알려진 전략이다. 대응에 필요한 최대한의 시간을 벌기 위해 고의로 절차를 지연시키는 것이다.

형사소송 피고인들은 이 기간에 피해자와 합의를 시도하기도 하고, 민사소송 당사자들은 송달을 피하고 판결문만 분석해 대응 시간을 벌기도 한다.

법조계에서는 송달 회피 전략이 일반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수도권 현직 판사는 “적법한 송달 여부가 항소심·상고심에서 쟁점이 되는 경우도 많다. 법원은 물론 행정 처분을 내리는 기관들도 최대한 정상적으로 송달이 완료될 때까지 기다린다”며 “이번 사태로 몰랐던 사람들까지 송달을 회피할까 우려된다”고 했다.

이 대표도 다르지 않다. 이 대표는 지난 11월 15일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항소심을 고의 지연시켰다는 의혹을 받았다. 형사소송법상 항소심은 당사자나 변호인이 소송기록접수통지서를 받아야 시작된다. 또 당사자는 송달 후 20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해야 한다. 법원은 임의로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항소이유서가 제출될 때까지 기다려준다. 송달이 완료될 때까지 기간에 더해 항소이유서 제출 기한(최대 20일) 동안 재판 일정이 잡히지 않는다.

이 대표에게 보낸 통지서는 ‘이사불명’, ‘폐문부재’ 등 이유로 반송됐다. 결국 지난 18일 법원 직원이 직접 국회 의원회관을 찾아 비서관에게 서류를 전달하면서 송달이 완료됐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경우 공소 제기 후 6개월 이내, 항소심과 상고심 제기 이후 3개월 이내에 선고를 마쳐야 한다. 규정대로라면 오는 2월 15일까지 항소심 선고가 마쳐져야 한다. 하지만 송달이 미뤄지면서 내년이 돼야 항소심 첫 기일을 잡을 수 있게 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여당과 야당의 대표 정치인 2명이 대놓고 ‘송달’을 재판 지연 꼼수로 사용하고 있다. 낯 뜨거운 일”이라며 “법은 가장 잘 지켜야 할 사람들이 법을 잘 안다는 이유로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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