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절반 이상 “트럼프 2기 출범, 경영환경에 부정적 영향”

벤처기업협회 400개사 대상 설문
보호무역 강화·환율변동에 큰 우려
첨단산업 육성·대중 견제는 기회로


벤처기업 절반 이상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관련, 경영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로이터 연합]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둔 가운데, 국내 벤처기업 절반 이상이 경영환경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벤처기업협회(회장 성상엽)는 23일 벤처기업 4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국내 벤처기업 영향’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기업의 52.3%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가 경영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했다. ‘매우 부정적이다’ 9.8%, ‘부정적이다’가 42.5%인 반면, 긍정적 영향을 예상한 기업은 10.6%에 불과했다.

특히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자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 환율 리스크는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됐다.

설문에 응답한 벤처기업의 60% 이상은 ‘무역 및 통상 정책(65.2%)’과 ‘환율 변동(62.2%)’에 대해 ‘부정적이다’고 응답했다. 구체적으로는 ‘환율변동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과 ‘관세 인상으로 인한 제품 가격 경쟁력 약화’에 대해 우려하는 기업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는 대기업 반도체 벤더 A사는 “미국의 보편 관세 도입 시 제품의 가격 경쟁력 저하로 매출이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으며, 전자부품 업체 B사는 “환율변동으로 원부자재 비용이 상승해 매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의 AI, 바이오 등 첨단산업 육성 정책과 대중국 견제 기조를 기회로 보는 기업도 많았다. 헬스케어 관련 소프트웨어 기업 C사는 “미국 내 사업 환경 개선에 따라 현지 기업과의 협력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벤처업계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변화에 대비해 제품 및 서비스 경쟁력 강화, 신규·대체 시장 발굴 등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답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에 대비한 대응책 마련 여부를 묻는 질문에 ‘준비되어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0.8%, ‘준비 중이다’는 응답은 34.5%에 그쳤다. 반면, 54.4%는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는 다수의 기업이 대응 전략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로, 신속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해석된다.

벤처기업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에 대비한 주요 전략으로 ‘제품 및 서비스 경쟁력 강화(53.9%·복수응답)’와 ‘신규 시장 발굴 및 진출(48.0%)’을 우선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정책 변화 모니터링(29.6%)’, ‘공급망 리스크 관리(28.2%)’가 뒤를 이었으며, 원자재 수입 다각화, 공장 해외 이전, 환율 모니터링이 기타 의견으로 언급됐다.

벤처기업들은 불확실성 대응을 위한 정부의 최우선 지원 정책으로 ‘금융 및 환리스크 관리(51.5%)’를 꼽았다. 대체시장 발굴, 판로 개척 등 ‘수출지원(49.0%)’에 대한 요구도 높은 응답률을 차지했다. 이어 ‘국내 규제 완화(31.3%)’, ‘미국 정책 변화에 대한 정보 제공(22.0%)’이 뒤를 이었다.

벤처기업협회 성상엽 회장은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경기침체에,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통상환경 불확실성 및 최근 국내정세 불안까지 겹치면서 벤처기업들의 불안감이 매우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금융 및 외환시장의 불안, 국내 대기업 주력산업의 경쟁력 쇠퇴 등 최근 30년간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벤처기업이 다시 한번 한국경제의 구원투수로 나설 수 있도록 행정부 및 입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정책적 지원을 간곡히 요청한다”라고 말했다.

유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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