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하이테크 혁명 [아서 허먼 - HIC]


실리콘밸리는 다음달 도널드 트럼프의 취임식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트럼프가 첨단기술을 자신의 두 번째 임기의 핵심정책으로 삼을 것이 분명해졌다. 과거 공화당 후보 경선에서 경쟁했던 바이오테크 억만장자 비벡 라마스와미가 그의 핵심 지지자로 변신했고, 기술 전문 벤처 투자자 JD 밴스는 부통령으로 지명됐다.

일론 머스크가 동참했고, 이어 또 다른 페이팔 창립자인 데이빗 색스도 가세했다. 페이팔 출신으로 팔란티어 공동 창립자인 피터 틸은 트럼프의 첫 임기부터 그를 지지해왔다.

마크 저커버그도 나서서 트럼프의 기술 정책 수립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첨단기술 업계에서 새롭게 트럼프를 지지한 아마존 창립자이자 회장인 제프 베이조스는 트럼프 2기에서 “더 차분해진” 트럼프와 협력할 것에 대해 매우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베이조스, 저커버그, 오픈AI의 CEO 샘 알트먼은 트럼프의 취임식 축제를 위한 기금에 각각 100만 달러를 기부하고 있다.

첨단기술이 78세의 도널드 트럼프에게 잘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기업가인 그는 기술 혁신을 활용하는 것이 미국의 재건과 글로벌 질서의 미래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이해하고 있다. 이는 암호화폐, 특히 비트코인에 매료된 그의 모습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나는 이전 칼럼에서 트럼프가 암호화폐를 금융 주류로 편입하고 약 140억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 전략 비축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던 내용을 다룬 바 있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그 약속을 이행할 의지가 분명하다. 그는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하며, 친 암호화폐 성향의 폴 앳킨스를 임명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혼란을 해결하도록 할 예정이다.

트럼프는 또한 암호화폐에 우호적인 인물을 재무부 장관으로 지명했다. 키스퀘어 그룹 창립자이자 전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 투자 책임자인 스콧 베센트가 그 주인공이다. 보도에 따르면 베센트는 암호화폐, 특히 비트코인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으며, 이는 미국을 “세계 암호화폐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트럼프의 야심찬 약속과 맥락을 같이한다.

트럼프는 암호화폐와 AI 정책 총괄자로 데이비드 색스를 임명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 소셜에 페이팔 공동 창립자인 색스가 미국 암호화폐 산업에 필요한 명확한 법적 틀을 마련해 이 산업이 성장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암호화폐 커뮤니티는 앳킨스, 베센트, 색스로 구성된 팀이 규제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현 SEC 위원장 개리 겐슬러 체제에서 발생한 혼란을 정리하고 명확성을 제공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가 이 팀을 통해 암호화폐를 투자수단으로, 기축통화로서 미국 달러의 사용을 강화하려는 비전은 한층 현실에 가까워질 것이다.

색스의 AI 정책 총괄 책임자 임명은 연방 정부의 AI 및 머신 러닝 정책에 큰 변화를 예고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글로벌 AI 열풍에 대응하는 데 전반적으로 느리고 소극적이었다. 주로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엔비디아와 같은 주요 기업들과 사전 조율된 백악관 회의를 거친 뒤에야 행동에 나섰다.

AI 개발에 대한 연방 규제도 크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규제의 필요성을 입증해야 할 책임이 AI 기업이 아닌 규제 기관에 넘어가게 될 것이다. AI 책임자인 색스는 AI 응용 프로그램의 개발 자체를 규제하기보다는 특정 핵심 분야에서 AI가 활용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춘 규제를 우선시할 예정이다.

미국 주식 시장은 지난 1년간 ‘AI 열풍’을 겪고 있다. 이 흐름은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신뢰할 만한 추정에 따르면, 글로벌 AI 시장은 2032년까지 2조 74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올해의 6211억 9000만 달러보다 4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AI 열풍은 시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AI 학위에 대한 인터넷 검색량은 이번 주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2024년에는 170만 건에 달해 2020년의 50만 건에 비해 급증했다. 캘리포니아, 워싱턴(마이크로소프트 본사 소재지), 뉴욕, 오리건과 같은 기술 중심 주에서는 AI 전문가들이 미국 내 다른 지역보다 훨씬 높은 급여를 받고 있다. 특히, 러스트(Rust)나 고랭(Golang) 같은 AI 프로그래밍 언어를 익히면 평균 2만~3만 달러의 연봉 상승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고용주들은 이러한 기술을 박사 학위보다도 더 선호한다.

AI 칩 설계업체 엔비디아는 올해 지속된 AI 열풍의 수혜를 톡톡히 누리며 시가총액 3조3000억 달러에 도달해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이 됐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엔비디아의 성공을 축하하기보다 연방거래위원회와 법무부를 통해 독점 금지법 위반 가능성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실제로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는 S&P 500 기업 중 40%가 연방 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다.

트럼프 2기에서는 이 같은 반기업적 편향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AI 정책은 단순히 현재 주목받는 생성형 AI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을 것이다. AI의 활용 범위를 제조업, 산업 공정, 광업, 농업, 에너지 추출, 우주 산업 등 다양한 경제 분야로 확대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국방 분야에서의 AI 활용도 빼놓을 수 없다. 트럼프 체제 아래 팔란티어(Palantir)와 같은 기업들은 이 분야에서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중국은 AI를 국가 전략으로 삼고 이에 맞는 국가차원의 투자(1500억 달러 이상)를 통해 선두를 달려왔다. 트럼프는 AI를 미국의 국력을 강화하는 도구로 인식하며 이를 더욱 중요하게 다룰 것으로 보인다. 차이점은 트럼프가 비용이 많이 들고 비효율적인 AI ‘산업 정책’을 만들기보다는, 혁신적이고 생산적인 민간 부문의 힘을 최대한 활용하려 할 것이라는 점이다.

양자 기술 분야에서도 비슷한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은 첫 번째 임기 동안 첫 국가 양자 이니셔티브(NQI)에 서명했다. 그는 상하원을 통과한 27억 달러 규모의 NQI 재승인 법안을 서명하기 위해 다시 나설 것이다. 그 이후 많은 일이 있었다. 그 중 하나는 대규모 양자 컴퓨터가 기존의 모든 디지털 암호화 시스템에 미칠 잠재적이고 치명적인 위협에 대한 인식이 더욱 확산된 것이다.

트럼프 2가에서는 바이든 정부 시절의 행정명령과 법안에 대한 후속 조치가 이뤄져야 할 시점이다. 2022년 주요 정부 기관들에 도입된 양자 컴퓨팅 사이버 보안 준비법은 트럼프 2기에서 정부기관에서 실제 구현을 위해 기한 설정이 필요하다. 민간 산업, 특히 금융 시장으로도 확장해 적용되어야 한다. 트럼프의 양자 보안 프로그램이 구체화되려면 특히 금융 산업과 국방부와 협력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것은 회의론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저렴하고 빠를 것이다. 양자 보안은 단지 양자내성암호(PQC) 알고리즘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북미의 퀀텀 이모션(Quantum e Motion), 큐시큐어(Qusecure), 인탱글먼트(Entanglement Inc)와 같은 기업들이 제공하는 하이브리드 솔루션과 스위스의 아이디퀀티크(IDQuantique)가 제공하는 양자 암호 키 분배(QKD) 솔루션 등 다양한 솔루션에 의존할 것이다.

이제 연방 정부는 그동안 소홀히 해왔던 글로벌 양자 보안 산업에 주력할 때다. 이 산업은 미국 뿐만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 특히 한국에서도 입증된 성과를 내 전세계적으로 확장할 준비가 되어 있다.

간단히 말해, 트럼프의 양자팀은 미국을 양자 기술에 대한 준비와 양자 보안이 갖춰지도록 하는 데 집중해 중국과의 양자 컴퓨팅 경쟁에서 승리해야 한다. 향후 10년 내에 양자 우위와 AI 우위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그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우주로 가게 된다. 여기서 스페이스X의 마법사 일론 머스크는 민간 기업이 어떻게 우주 탐사와 발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스페이스X는 시에라 스페이스(Sierra Space), 맥사르 (Maxar), 베이조스의 블루 오리진과 같은 대형 기업뿐만 아니라 위성 제조업체인 아스트라니스(Astranis)와 같은 소규모 기업들이 함께하는 ‘뉴 스페이스’를 변화시키고 있다.

민간 상업 기업을 통한 우주의 변화는 그야말로 놀라운 일이었다. 지난 10년간 글로벌 우주 경제는 거의 두 배로 성장했다. 미국 기업은 모든 우주 관련 민간 투자에서 50%, 발사 관련 투자에서 87%를 차지하고 있다. 트럼프의 우주 전략은 경제적 기회를 확장하는 것뿐만 아니라,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미래 우주 전쟁이라는 암울한 가능성에 대비하는 데도 적극 활용되어야 한다. 여기서 트럼프의 우주 정책은 또 다른 기술 억만장자 자레드 아이작먼에게 의존할 것이다. 트럼프는 그를 NASA의 수장으로 지명했다. NASA, 민간 우주 산업, 그리고 트럼프가 창설한 우주군과의 협력을 강화해 ‘우주‘에서 미국의 우위”를 확립하고, 우주의 다음 ‘대공유지’를 보호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다.

한편, 미국의 가장 신뢰받는 동맹국들이 도울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일본이 있다. 미국은 여전히 73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며 우주 분야에서 가장 큰 단일 투자국이다. 하지만 일본은 이제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우주 투자국이 됐다. 우주 개발을 위해 1조 엔을, 우주 안보를 위해 또 다른 1조 엔을 투자할 준비가 되어 있다.

또 다른 주목할 곳은 인도다. 인도는 124개의 능동 위성을 지구 주위에 돌리고 있어 우주에서 중요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인도는 수많은 할리우드 영화 제작비보다 적은 비용인 7400만 달러로 달 착륙에 성공했다.

한국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국의 우주 기업들은 우주항공청(KASA)의 감독을 받으며, 자체적인 우주 발사 능력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서울은 달 착륙 및 탐사를 위한 계획, 전용 위성 항법 시스템(KPS), NASA와의 긴밀한 협력, 그리고 ‘누리호’ (KSLV-II) 같은 자국의 로켓 개발을 통해 주요 우주 강국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또한 NASA와 미국 우주 산업에 중요한 협력자가 될 수 있으며, 공동 양자 위성을 통해 양자 통신 기술을 우주로 확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일론 머스크의 “빠르게 움직이고, 모든 것을 뒤흔들라”는 유명한 말을 마음 속 깊이 새기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그의 두 번째 임기 중 벌어질 일들이 암호화폐로 시작되는 단순한 첨단기술만은 아니다. 그것은 미국 역사상 120년 만에 가장 중요한 행정부의 혁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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