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 “예의주시”…혼다·닛산 통합서 ‘다양한 셈법’ 검토

佛 국영 르노, 닛산 지분 15.1% 보유
“르노의 닛산 소유권에 영향 없어야”

일본 완성차 브랜드 닛산과 혼다의 통합 추진과 관련 프랑스 정부의 선택에 완성차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체제를 놓고 일본 측과 신경전을 벌였던 프랑스 정부는 현재도 르노를 통해 닛산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23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의 한 소식통은 2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닛산 지분 변경 가능성에 대한 논의에 프랑스 정부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프랑스 정부는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 닛산의 지분 변경 가능성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면서 “(이번 합병 프로젝트가) 르노의 닛산 소유권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을 비롯한 일본 주요 매체에서 혼다와 닛산이 합병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상황에서 프랑스 정부 측의 첫번째 반응으로 분석된다.

이번 소식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닛산에 대한 프랑스 정부의 영향력이 여전히 강력하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국영기업이었던 르노는 프랑스 정부 지분이 여전이 15.1%에 달한다. 르노는 닛산의 최대주주다. 직접 보유한 지분은 15%지만 프랑스 신탁회사에 신탁하고 있는 지분까지 합하면 닛산 주식의 약 36%에 이른다.

다만 ‘카를로스 곤 사태’ 이후 닛산에 대한 르노의 영향력은 축소된 상태다. 앞서 르노는 44.4%의 지분을 보유한 닛산의 최대주주가 됐지만, 르노의 경영간섭이 커지면서 닛산 측이 크게 반발하는 일이 잦아졌다.

특히 2018년에는 레바논에서 전용기를 타고 일본을 방문한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얼라이언스 회장이 금융상품거래법 위반과 특수배임 혐의로 일본 검찰에 체포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당시 프랑스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직접 나서 “눈을 부릅뜨고 있다”는 반응을 내는 등 언짢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양측의 마찰 결과, 르노가 가지고 있던 닛산의 지분은 15% 수준까지 축소됐다. 이후 우치다 마코토 현 닛산 최고경영자(CEO)가 닛산의 경영권을 잡고 스티븐 마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임명한 상황에서 닛산은 사업 체질 개선에 돌입했지만 연이어 고배를 맛봤다.

닛산은 ‘사쿠라’와 ‘리프’ 등 소형 전동화 모델을 일본 시장에 내놓으며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기존에 갖고 있던 대형 세단 분야에서의 강점을 잃고 하이브리드 시장에서도 참패했다.

닛산이 보유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경쟁사인 현대자동차나 토요타, 혼다 대비 연비 상승 수준이 떨어지면서 글로벌 브랜드의 각축장인 북미 시장에서 제대로 된 사업을 펴기 어려웠다. 중국에서는 판매량 기준 세계1위의 전기차 업체로 발돋움한 비야디(BYD)를 시작으로, 다양한 중국 완성차브랜드가 글로벌 수준으로 성장하며 닛산을 위협했다.

여전히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에 발을 걸치고 있는 프랑스 정부 입장에서는 고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한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프랑스 정부와 르노가 현재 가지고 있는 지분상 양사의 통합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통합과정에서 프랑스 정부의 다양한 요구안이 거론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르노는 양사의 협상과 관련 ‘다양한 제의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르노는 신탁한 닛산 주식을 특정 기간에 매각할 의무는 지지 않지만, 매각대상은 닛산이거나 닛산이 지정한 제3자가 1순위 후보로서 우선적인 지위를 갖는다. 하지만 그후 다양한 당사자들과의 협상도 가능하다.

실제 르노 측에서 이번 합병과 관련 다양한 주체들과 물밑접촉도 시도하는 상황이다. 대만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이 닛산 자동차 주식 취득을 위해 르노와 협의하고 있다는 보도가 일본 언론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훙하이 측에서는 당초 닛산에 주식 취득을 타진했지만 동의를 얻지 못하자, 닛산의 주주인 르노로 교섭 상대를 전환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닛케이가 전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혼다와의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닛산 입장에서는 르노 측의 외부 행보가 ‘눈엣가시’로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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