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미치는 영향까지 감안한 거시적인 측면까지 종합 고려해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국민연금의 해외투자가 수년간 원하 절하압력으로 작동했단 점을 지적하고 앞으로는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까지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4년 하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 참석해 있는 이 총재 [연합] |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국민연금의 투자 전략과 관련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까지 감안해달라”고 주문했다. 국민연금이 ‘고환율(원화 절하)’ 주체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열린 ‘2024년 한국국제경제학회 동계학술대회’에서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확대는 외환 순매입 확대로 지난 수년간 추세적으로 원화 절하압력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해오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앞으로 고령화 진전 등 인구구조 변화, 연금수급자 증가 등에 따른 기금감소기가 도래하면 해외자산 매각에 따른 국민연금의 외환 순매도로 원화 절상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국민연금은 해외투자 전략 수립시 미시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까지 감안한 거시적인 측면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적 포트폴리오 전략을 마련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기금적립액 증가 등을 이유로 꾸준히 해외투자를 확대했다. 2023년에는 거주자 해외투자 중 69%가 국민연금 비중이다. 이 총재는 이를 두고 “외환시장에서의 영향력이 크게 증대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국민연금의 환헤지 확대와 외환스와프에 대해선 2022년 최초 도입 당시를 예로 들어 국민연금의 이익과 외환시장의 안정에 모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국민연금도 환율이 이례적으로 상승한 시기에는 환 헤지를 하는 것이 리스크 관리 및 수익 측면에서 유리하므로 한국은행과의 외환스와프는 상호 도움(win-win)이 되는 전략”이라며 “(2022년 환율 상승기 당시)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를 통해 해외투자용 현물환 매입수요를 완화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도 외환당국과 국민연금은 이달 말로 만료되는 외환스와프 계약 기한을 내년 말로 1년 연장하고, 한도도 기존 500억달러에서 650억달러로 증액키로 했다. 외환스와프 한도는 2022년 최초 계약 당시 100억달러였다가 이듬해 4월 350억달러, 지난해 6월 500억달러로 계속 늘었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의 통화스와프는 현실화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2022년 당시엔 조건상 체결이 어려웠던 상황이란 점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2022년) 당시 일각에서는 원/달러 환율 급등시 연준과의 통화스와프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글로벌 여건이 연준과의 통화스와프 체결 요건을 충족하는 상황이 아니어서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했다”며 “연준과 한시적 체결을 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세 가지 조건은 ▷국제금융시장의 글로벌 달러 유동성 부족 ▷유동성 부족으로 인한 신흥국 경제 충격 ▷충격으로 인한 미국 경제의 부담이다. 이 총재는 “2022년 하반기 상황은 이러한 조건에 부합하지 않았다”며 “글로벌 달러 유동성 경색의 징후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