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앞두고 보상 갈등, 사업 제동
서울 서대문구 홍제3구역 재건축 사업지 [홍제3구역 조합 제공] |
서울 서대문구 홍제3구역 재건축 사업지에서 불거진 조합과 성당 간 종교부지 이전 갈등이 결국 법정 공방으로 치닫게 됐다. 양측이 성당 이전 문제를 놓고 맞소송을 제기하면서 이주 막바지에 접어든 재건축 사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홍제3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지난 7월 천주교 서울대교구를 상대로 점유이전금지 가처분 신청과 명도 소송을 제기했다. 사업 부지인 서대문구 홍제동 104-1(1255㎡)에 있는 무악재성당을 비워달라는 내용이다. 조합은 지난 6월 성당 부지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고, 9월부터 이주를 시작했다. 현재 이주율 80%를 앞두고 있고 내년 4월 철거가 목표다.
조합 관계자는 “조합은 1년 전(2023년 6월 16일) 성당 측이 협상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종교부지와 공원부지 맞교환 요구를 받아들여 지난 2월 정비구역 변경 고시를 완료했다”며 “그러나 성당 측은 변경 고시 후 수개월이 지나도 건축비·설계 등을 이유로 협상에 응하지 않았고 조합은 계속 기다리며 이주를 지연할 수 없어 명도소송을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사업지는 서울 지하철 3호선 무악재역 역세권인 서대문구 홍제동 104-41 일대 2만7281㎡에 자리잡고 있다. 14년 전인 2010년 처음 정비구역으로 지정돼 2022년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곳이다. 재건축을 통해 지하 6층~지상 23층, 10개 동, 620가구 규모 아파트로 재탄생할 전망이다. 시공은 현대건설이 맡았다.
조합과 성당 측은 수년 전부터 재건축 부지 내 종교시설 이전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무악재 성당 측은 재건축 추진 초기부터 성당 존치를 요구해왔고 조합은 사업성 부족 등을 이유로 제척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조합은 2012년 성당 측을 상대로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을 제기했다. 조합이 재건축 사업에 반대하는 비(非)동의자를 상대로 부동산을 시가에 넘길 것을 요구하는 매도청구권을 행사한 것이다. 재판부는 2014년 원고 승소 판결하며 성당 측이 조합으로부터 매매대금을 지급받고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것을 주문했다.
그럼에도 성당 측이 강경하게 존치를 주장하면서 보상 협상은 10년 가까이 평행선을 달렸다. 그러다 작년 6월 관할교구인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성당을 부득이하게 이전해야 한다면 기존 정비사업 계획상의 공원 부지를 종교 부지로 맞교환할 것을 요구했고 조합은 이를 수용했다. 지난 2월 서울시가 정비계획 변경을 고시하면서 건축비용 보상 협상만 남겨두고 있었지만, 성당 측은 돌연 입장을 바꿨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지난 8월 조합을 상대로 청구이의 소송을 제기했다. 성당 측은 “소유권이전등기 확정판결이 나온 지 10년이 경과되어 지난 8월7일부로 소멸시효가 완성, 권리가 소멸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합이 수년이 지나도록 토지보상법에 근거한 보상 절차를 완료하지 않았으니 소유권이전은 무효라는 의미다. 성당 측이 조합을 상대로 맞소송을 내면서 사업 추진은 속도를 내기 어렵게 됐다.
박로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