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명 죽고 다쳤지만 무죄…‘백석역 온수관 폭발’ 사고 왜?[세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난방공사 직원들 1·2심 무죄
대법, 무죄 확정


대법원.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1명이 숨지고 45명이 다친 ‘백석역 온수관 폭발’ 사고와 관련해 안전 업무를 담당한 한국지역난방공사 직원들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진단·점검의무를 위반한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노태악)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받은 난방공사 고양지사 직원 A씨 등 3명에 대해 이같이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2심) 판결이 정당하다며 확정했다.

사건은 2018년 12월 4일 오후 8시께 발생했다. 기 일산동구 백석역 인근 도로에서 열수송관이 파열됐다. 80도가 넘는 고온의 물이 터져 나오며 인근 도로에서 차량에 타고 있던 60대 남성이 숨졌다. 도로를 걷던 45명은 화상을 입었다. 사고 수습을 위해 2500여 가구의 온수 공급이 일시 중단됐다.

수사기관은 A씨 등 직원들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업무상 필요한 열수송관의 진단·점검 의무를 위반해 사람을 다치게 했으니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주의의무 위반 사례에 대해선 “▷점검 용역계역을 체결한 회사에 위험 정도를 알리지 않았고 ▷사고 지점에 대한 특별점검 지시를 생략했으며 ▷매일 진행되는 점검을 형식적으로 했고▷위험 예상 구간을 선별해 교체공사를 진행해야 했지만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점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1·2심은 A씨 등이 대부분의 사례에 대해 주의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며 무죄를 택했다.

1심을 맡은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4단독 전진우 판사는 2022년 12월께 직원들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은 근거가 부족하고, 오히려 A씨 등 피고인들이 발견할 수 있는 전조증상이 없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지상에서 파악할 수 있는 전조증상이 없는 상황에서 피고인들이 주의의무를 다 했더라도, 어떤 이상을 발견했을 것은 불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 근거에 대해선 “사고 1개월 전 실시된 열화상카메라 정밀진단에서 아무런 전조증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이 사건 사고는 용접 불량에 의해 용접부가 한꺼번에 파괴되면서 떨어져 나갔으므로 전조증상이 발견된 여타 사고와 원인과 진전 과정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2심의 판단도 무죄였다. 2심을 맡은 의정부지법 4-1형사부(부장 남세진)는 지난 8월,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사고가 매우 짧은 시간에 급격하게 진행돼 사전 전조증상이 없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피고인들의 주의의무 위반과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판단 역시 같았다. 대법원은 “원심(2심) 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무죄를 확정했다.

한편 경찰은 해당 온수관이 28년 전 첫 시공 당시 용접이 부실했던 것으로 파악했다. 당시 경찰은 “용접 불량 상태로 온수관에 붙어 있던 온수관 조각이 분리된 게 사고 원인”이러고 설명했다. 경찰은 안전공사 직원뿐 아니라 28년 전인 1991년 공사를 했던 업체 측도 수사하겠다고 했지만 이후 유야무야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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